'명시 100수를 외우면 명시인이 된다.' 옛사람들은 자연과 인생, 현실과 역사 등 모든 것을 시로 읊었다. 한시는 5언시 7언시등 정형시로 지었다. 앞부분에 자연경물을 읊고 뒷부분에 인간심회를 담았다. 우리의 시조도 정형시가이다. 민요도 7.5조등 정형으로 지었다. 이렇게 정형으로 지은 이유는 암송하여 지속적인 최면효과와 지행합일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시경'를 통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사무사(思無邪)'를 터득했다. 이는 '진(眞)'과 '실(實)'을 말하는 것이며, 후대 문학론에서 성정(性情), 천기(天機), 성령(性靈)과도 통한다. 시를 짓는 입문서인 '백련초해'는 기본으로 완독했다. 당나라 유명한 시인들의 율시를 모아놓은 '당률', '시성'이라 추앙하는 두보의 율시를 모아놓은 '두율'을 소매자락에 넣고 다니며 외웠다. 두보의 시를 통해 '사실(寫實)의 미학, 영어로 '리어리즘', 이백의 시를 통해 은유와 상징을 터득했다.이렇게 암기한 사람들은 명시인이 되었으며, 그렇게 공부한 사람들은 대학자 문인이 되었다. 명시를 암기하다 보면 명시가 담아야할 내용과 명시의 수사표현법을 터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명시 100수의 명구 명언만 뽑아써도 명시가 된다.

이황(李滉)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별(李鼈)의 '육가(六歌)'의 형식을 2배로 증편모방한 작품이다. 율곡과 쌍벽적 존재인 퇴계는 형식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내용도 차용하다시피했다. 제1곡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는 태종의 '하여가'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와 유사하다.

저 유명한 정지상의 '송인'을 보자."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비 개인 긴 뚝에 풀빛이 파릇한데,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려니 슬픈 노래가 나오네.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다 말라버릴꼬? 별루년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보태는데." 다음에 제시하는 4편의 시와 대조해보자.

굴원(屈原)의 '구가(九歌)? 하백(河伯)' 중 "자교수혜동행(子交手兮東行), 그대 손을 잡고 동쪽으로 가서, 송미인혜남포(送美人兮南浦). 사랑하는 님을 남포에서 보내네." 강엄(江淹)의 '별부(別賦)'중 "춘초벽색(春草碧色), 봄풀은 푸른 색이며, 춘수녹파(春水綠波). 봄 물결은 포르스름한데, 송군남포(送君南浦),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니, 상여지하(傷如之何). 그 슬픔을 어찌할꼬?" 백거이(白居易)의 '남포별(南浦別'중 "남포처처별(南浦凄凄別), 남포에서 슬프디 슬프게 이별할 때. 서풍뇨뇨추(西風??秋). 가을바람 살랑살랑 부네."범성대(范成大)의 '횡당(橫塘)'중 "남포춘래녹일천(南浦春來綠一川), 남포에 봄이 와 온 물가가 푸른데, 석교주탑양의연(石橋朱塔兩依然). 돌다리 붉은 탑 둘 다 여전하네. 년년송객횡당로(年年送客橫塘路), 해마다 손님을 횡당길에서 보내는데, 세우수양계화선(細雨垂楊繫畵船). 가랑비 수양버들이 그림그린 배를 묶어놓네."

정지상의 '송인'은 위에서 열거한 4편의 시에 사용한 시어와 '시상(詩想)'의 '정수'만을 발췌 응용해서 명시를 완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이 외우며 외울수록 학습가속도가 상승한다. 명시인이 되고싶으면 명시 100수 부터 외워라. 그러면 명시인이 되는 기간이 단축된다.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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