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李滉)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별(李鼈)의 '육가(六歌)'의 형식을 2배로 증편모방한 작품이다. 율곡과 쌍벽적 존재인 퇴계는 형식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내용도 차용하다시피했다. 제1곡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는 태종의 '하여가'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와 유사하다.
저 유명한 정지상의 '송인'을 보자."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비 개인 긴 뚝에 풀빛이 파릇한데,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려니 슬픈 노래가 나오네.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다 말라버릴꼬? 별루년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보태는데." 다음에 제시하는 4편의 시와 대조해보자.
굴원(屈原)의 '구가(九歌)? 하백(河伯)' 중 "자교수혜동행(子交手兮東行), 그대 손을 잡고 동쪽으로 가서, 송미인혜남포(送美人兮南浦). 사랑하는 님을 남포에서 보내네." 강엄(江淹)의 '별부(別賦)'중 "춘초벽색(春草碧色), 봄풀은 푸른 색이며, 춘수녹파(春水綠波). 봄 물결은 포르스름한데, 송군남포(送君南浦),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니, 상여지하(傷如之何). 그 슬픔을 어찌할꼬?" 백거이(白居易)의 '남포별(南浦別'중 "남포처처별(南浦凄凄別), 남포에서 슬프디 슬프게 이별할 때. 서풍뇨뇨추(西風??秋). 가을바람 살랑살랑 부네."범성대(范成大)의 '횡당(橫塘)'중 "남포춘래녹일천(南浦春來綠一川), 남포에 봄이 와 온 물가가 푸른데, 석교주탑양의연(石橋朱塔兩依然). 돌다리 붉은 탑 둘 다 여전하네. 년년송객횡당로(年年送客橫塘路), 해마다 손님을 횡당길에서 보내는데, 세우수양계화선(細雨垂楊繫畵船). 가랑비 수양버들이 그림그린 배를 묶어놓네."
정지상의 '송인'은 위에서 열거한 4편의 시에 사용한 시어와 '시상(詩想)'의 '정수'만을 발췌 응용해서 명시를 완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이 외우며 외울수록 학습가속도가 상승한다. 명시인이 되고싶으면 명시 100수 부터 외워라. 그러면 명시인이 되는 기간이 단축된다.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