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오는 17일부터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감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감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선 후보 검증의 정쟁판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당이 대선을 앞두고 국감을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때문이다. 옳지 않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국감에서 상대 당 대선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신당은 정기국회 이전부터 '이명박 국감'을 별러왔다. 부동산 투기, bbk 주가조작 사건, 상암 dmc 특혜 등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을 속속들이 까발려 '한 방'에 보내고 대선 판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이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맞불을 놓겠다고 한다.

벌써부터 두 당은 증인 신청을 둘러싸고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당은 이 후보를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법사위, 정무위, 재경위, 행정위, 환노위 등에서 잇따라 이 후보는 물론 부인 김윤옥씨, 이 후보의 형과 처남 까지 증인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한나라당이 증인 신청에 반발할 경우 표대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신당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 등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까지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네거티브 공세'에는 '네거티브 공세'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신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한심한 행태다.

사정이 이러니 상임위별 증인채택 논의 과정에서 두 당의 첨예한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칫 상임위 운영 자체가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또 설사 증인 채택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국감기간 내내 '아니면 말고'식의 지리한 폭로전이 벌어질 게 뻔하다. 알맹이 없는 국감이 우려된다. 국정감시는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이자 의무다.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는 국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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