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확실한 믿음없이 예배당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무늬만 신자'라고 부른다. 오늘 아침 새벽예배 시간에 어떤 장로가 과거 자기가 '무늬만 신자'였다고 고백하는 것을 듣고 문득, '무늬만 봉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연유는 다름 아니다. 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한 지 15년이 지났는데, 돌이켜 보니 내 모습이 그랬던 것이다. 라이온스(Lions Club)은 206개국 130만 이상의 회원을 가진 국제적 봉사단체다. 2010년6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만 20개 지구(District), 2062개 클럽에 8만3285명의 회원을 가진 가장 큰 봉사단체다. 충북지역의 경우는 현재 한 개 지구(District)에 102개 클럽 3,775명의 회원이 있다

몇 년 지나면서 보니 봉사보다는 친목이 우선인 단체로 보여졌다. 일 년에 회비를 100여만원 정도 걷어서 행사비용으로 3분의2 정도 쓰고 나머지를 가지고 불우이웃이나 시설 등에 지원금을 내거나 물건을 사다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가는 곳마다 유니폼 입고 인증사진을 찍어서 회보에 내며 자랑한다. 그래서 많이 반발했다. 그런데 선배들 말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회원 간 단합을 위해 월례회, 체육대회, 등산대회, 야유회,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을 개최해야 하는데, 필수적으로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봉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사람이 나와 새로운 클럽을 조직해서 내가 클럽회장을 하게 되었을 때, 의사회원들과 함께 무의촌을 찾아 연 1회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특성화 했다. 그런데 지나면서 보니 회원들이 들쑥날쑥이다. 월 2회 모이는데, 몇 달 안보여서 물어보면 탈회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새 회원이 들어와서 채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인원은 별로 늘지 않는다. 회원들을 모집할 때 보니, 회원이 이러이러한 사람들인데 함께 하면 사업에도 도움이 되고 봉사도 하니 좋다는 식으로 소개해서 모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몇 달 만에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 끼리 금전거래나 비즈니스를 하다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탈회하거나 제명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다보니 제대로 된 봉사가 어렵다. 진정한 봉사 마음 없이 그저 교제의 범위를 넓혀 일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겠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고 거꾸로 그 일을 통해 내 밥벌이나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애당초 틀렸다. 우리 모두는 서로 섬기는 자이기 때문이다.

국제라이온스 활동 15년 만에 선배들과 주위 분들의 수년에 걸친 권유로 국제라이온스 356-D지구 부총재에 입후보했다. 경쟁자가 없어서 몇일 후 대의원회의에서 승인되면 1년간 부총재를 거쳐 내년 7월부터 1년간 충북지구 총재로서 봉사하게 될 것이다.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봉사에 다른 여러 다른 생각들을 접한다. 안타까움도 많다. 그런데 엊저녁 만난 같은 클럽의 후배에게서 진정한 봉사의 마음을 읽고 감동받았다. 이미 적십자 지구봉사회장으로 오랫동안 봉사해 왔던 그 후배는, 아무런 댓가없이 지역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바쳐 나를 도와 일하겠다는 의사를 표한다.

그는 크리스천이다. 라이온스 활동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 보겠다고 한다. 그 후배가 참 고맙다. 그래서 나도 형식이 아닌 실질적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한다. 봉사는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 내 돈과 시간과 역량을 바쳐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무늬만 봉사'가 아닌 '참 봉사'인 것이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