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야구장이 망신을 당했다. 그 것도 전국적으로 제대로 당했다. 청주시민들이야 청주야구장 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지난 24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예고됐다. 그러나 지난 22일 밤부터 24일 오전까지 내린 비로 청주구장 그라운드가 질퍽거려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벌써 3번째 취소다. 지난 17일 한화-넥센전, 23일 한화-두산전이 우천으로 취소됐다. 24일의 경우에는 비는 그쳤지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경기를 치를 수 없자 대한야구위원회가 전격 경기를 취소한 것이다.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취소된 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한 이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나마 청주시가 올해 청주구장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당초 좌석수 7420석에서 1만500석으로 3080여석을 증설하고, 인조잔디 등 부대시설 정비(냉·난방시설, 전기통신시설, 편의시설 증설 등)에 모두 42억원을 투자한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시설 개선 사업이 이뤄졌던 청주구장이고 보면 몇 년 후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어디를 다시 보수할지 모를 일이다. 비단 청주구장 뿐만 아니라 충북도내 열악한 체육 인프라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아니었다. 투자 없이 맨손으로 이룰 수 있는 시대는 예전에 지났다. 스포츠의 경우 더욱 그렇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체육시설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해마다 전국체전이 열릴 때면 충북선수단은 다른 시·도 시설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 전국체전조차 제대로 개최할 수 없는 충북의 현실이 부끄럽다.



/장병갑 사회·교육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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