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의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방황하는 노인들의 무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한 은행 명퇴자가 직장을 구하다가 좌절하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처 노령화시대를 대비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의 그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접근이 시급하지만, 우선은 개인 각자가 자신의 노후 지위와 역할에 대하여 뚜렷한 비전을 확립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식들이나 주위에 짐이 되지 않고 떳떳하게 후반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 인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오래 전부터 방향을 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후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재앙을 불러온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이미 인간의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은퇴자들이 되도록 보람 있는 후반부 인생을 보내기 위해 비영리 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자원봉사자로 일하도록 유도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 같은 일이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봉사활동은 젊어서부터 적어도 수년 이상 자원봉사의 경험을 쌓지 않고서는 은퇴 후에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누구든지 인생 후반부 30년 이상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 첫 번째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하여 제2의 다른 경력을 쌓는 것이다. 이것은 한 종류의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60세가 넘어 은퇴연금을 받는 중견 최고경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병원이나 대학과 같은 비영리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이전의 조직에서 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그대로 하면서 봉사한다. 예를 들면, 대기업 인력관리 책임자로 일하던 사람이 중소기업으로 이동하여 최소한의 임금만 받으면서 중소기업의 인력관리시스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직무로 이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1년 동안 도시의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귀농을 한 경우가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미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한 50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 중 상당수가 뒤늦게 법과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생 후반부를 살기 위해서이다.

세 번째는 병행경력을 쌓는 것이다. 인생의 첫 번째 직업에서 높은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늦은 나이까지 그 직무에 장기간 종사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들 변호사, 의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노령화에 접어들면서는 현업에서 물러나 관련 분야의 교육이나 상담과 같은 일로 봉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끝으로, 일생동안 직업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노년기에 사회사업가로 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견기업가, 의사, 컨설턴트, 또는 대학 교수로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의 경력을 활용하여 많은 노인들이 사회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내 어느 도시에서나 방황하는 노인들의 무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방치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어느 한 건물에 가두기 위한 노인정 건축과 같은 집단화전략은 한계가 있다. 우선,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지위역할을 찾아 여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전계획을 세우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정치권은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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