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문화의 중심지 충북의 맛: 땅(土)

<충청일보>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전국 고추 주산지 20개 시·군 가운데 충북은 충주, 제천, 청원, 보은, 괴산, 음성, 단양 등 7개 지역이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의 고추재배면적은 3773헥타르로 전체 고추 주산지 재배면적(4만 2574헥타르)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고추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고추는 보통 풋고추를 먹거나 붉은 고추를 말려서 가루를 낸 고춧가루를 요리에 넣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충북에서는 말린 부각이나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장아찌 등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다.

고추는 8월 하순부터 11월에 걸쳐 수확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1월부터는 포기째 뽑아서 고추를 따는데 서리가 내리기 전에 딴 풋고추는 소금물이나 간장에 절여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고추부각은 매운맛이 덜한 어린 고추를 반으로 갈라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묻혀 햇볕에 건조시킨 뒤 물엿, 간장, 설탕으로 졸이면 완성된다. 매운 고추는 소금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고 사용하면 된다. 또 여물지 않은 산초와 산초 잎, 서리가 내리기전 풋고추를 간장에 재운 산초고추장아찌도 별미다.

▲ 고추장이찌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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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사과보다 비타민C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추장아찌와 고추부각은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섬유질과 비타민 등 영양소를 공급해준 향토음식 중 하나다. 고춧잎도 밑반찬 재료로 사용됐는데 어린순은 끓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먹었으며 데친 고춧잎은 말렸다가 무말랭이 무침에 함께 넣어 먹기도 했다. 충북 도내 마늘 재배면적의 20%를 차지하는 단양은 마늘요리가 발달했다. 백합과에 속하며 비늘줄기가 있는 다년생 식물인 마늘은 논산·의성·영덕·서산·단양·울릉도 등에서 주로 많이 심는다.

▲ 마늘요리.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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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에는 속대가 잘 자라지 않으나 마늘이 6개씩 달리는 육쪽마늘이 있는데 마늘 중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신화에도 나오는 마늘은 거의 모든 음식의 양념으로 쓰이는데 꽃이 달리는 기다란 줄기를 속대 또는 마늘종이라고 하는데, 이를 데치거나 볶아서 나물로 만들어먹으며, 마늘을 간장에 절여 마늘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 마늘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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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양마늘은 육쪽마늘로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며 저장성이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다. 단양에서는 양념으로만 쓰이는 마늘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향토음식이 전해져 내려온다.마늘이 들어간 돌솥밥부터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마늘정식이 있을 정도다.

▲ 메밀전.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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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인접한 단양·제천지역은메밀과 녹두 요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천역 앞에 있는 제천역전한마음시장에는 얇게 펴서 부친 메밀전에 김장김치 등으로 만든 소를 넣어 돌돌 만 메밀전병과 소금에 절인 배추를 넣고 부쳐낸 메밀전을장당 1000원에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충북은 평야와 낮은 구릉이 많아 호박이 많이 생산된 곳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 메밀전병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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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을 가루로 내서 만든 호박송편은 충청도 대표 향토음식으로속과 씨를 제거한 늙은 호박을 얇게 썰어서 말린 후 분쇄기에 갈아 가루로 만든호박가루, 쌀가루를 각각 1대2 비율로 섞은 다음 끓는 물로 익반죽한 다음 소를 넣고 송편을 빚어 쪄내면 호박송편이 완성된다. 이밖에 연한 호박잎을 쪄서 먹는 호박잎쌈이나 서리가 내리기 전 호박순을 따서 된장과 함께 끓인 호박잎 된장국도 즐겨 먹었다.

▲ 녹두전.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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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충북의 향토음식은 지역에서 나고자란 식재료를 근간으로 고유의 맛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충북농업기술원은 농촌여성인력 전문화를 위해 육성하기 위해 지난 1994년부터 충북향토음식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회는 향토음식을 현대인 입맛에 맞게 개발한 요리법 개발과 요리책 발간, 향토음식 사업장 소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회원 780여 명으로 구성됐다.

최근 연구회는 이론·실습을 통해 개발한 36종의 어린이 간식 조리법 내용과 도내 각 시군지역에 전해내려오는 간식이야기 24건 '농부와 엄마가 만드는 우리아이 새참'이라는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2006년부터 농촌여성향토음식솜씨상품화사업을 시작,향토음식솜씨사업장을 담은 '충북시골아줌마 손맛솜씨'등을 펴내기도 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http://www.ares.chungbuk.kr/)·충북의 맛집 멋집(http://www.cbfood.net) 홈페이지에서도 향토음식에 대한 사진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향토음식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FTA 시장개방으로 수입 농산물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점차 본연의 맛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

사라져 가는 충북의 향토음식을전승·보존하기 위해서는 잊지않고 찾아주는 지역민의 관심과그 지역의 지속적인 요리법 개발과 보급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 /안순자기자
<사진제공:단양 장다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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