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이 끝났다. 지역구 246명과 비례대표 54명 등 사상 최초로 300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되었다. 당선된 이들은 기쁨에 겨워 도와준 이들에게 당선사례를 하고, 낙선된 이들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동안 도와주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낙선사례를 하며 또 다른 4년을 기약한다. 당선된 분들에게 축하를, 낙선된 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참 수고들 많이 하셨다. 알아서들 뽑아주면 좋으련만, 손발이 부르트도록 찾아다니며 악수하고 명함 나눠주고 애걸해야만 찍어주니, 어쩔 수 없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으로 정해진 13일은 물론 그 전 몇 개월은 신발이 다 닳도록 돌아다닐 수밖에. 어떤 후보는 자신이 고위직일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단체에 찾아와 자기도 사실은 같은 뿌리라며 한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어떤 후보는 네거리에 서서 하루에 3,000번 이상씩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시군의원이 해야 할 동네일까지 공약으로 내세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피켓과 율동, 연설로 호소하는 것은 기본이다. 모두 얼굴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뛰어 다녔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선출되었으니 당선자는 그 자체만으로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고, 일생의 명예와 자랑이다. 그리고 뽑아준 이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도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잊고 임기 4년을 지내는 국회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을 또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뽑아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경청해서 의정에 반영해야 한다. 선거 때는 별별 인연을 내세워 한 표를 부탁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군림하고 개인 잇속이나 채우려 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요즘같이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시대에, 아무리 헌법기관이라 한들 예전처럼 굽실대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정을 이끌어 가라고 위임받아 한 직역을 담당하게 될 뿐이다. 따라서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고 진정 지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해 헌신하지 않으면 존경은커녕 손가락질 대상이 될 뿐이다. 종래 우리 지역출신 의원 중에는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애쓰는 분도 있다.

또 하나, 제발 나라를 위해 온전히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국회의원은 각 지역에서 선출되기는 하나,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에 대해 국민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국민 전체의 대표다. 물론 출신 지역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만, 출신 지역이나 소속정당의 이익만을 챙기다 보면 나라꼴이 엉망이 된다. 우리는 지난 60여년의 헌정사를 통해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 소속정당의 정강이나 방침을 따르고 출신지역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 나라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긍구하며 정부를 감시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의사표시를 하고 법안을 발의 ·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치지 않으면 안 된다. 양극화의 심화, 청년실업, 한미FTA 피해, 진전 없는 대북관계,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지방의 피폐 등 해결해야 할 국가적 난제가 산적했음에도 당리당략이나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세월만 보내면 안 된다.

사실 이런 얘기는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도 잘 못한다. 그래서 또 하는 말이다. 정말 초심을 잃지 말고 변화와 성장을 원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노니, 그대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뽑혔다. 국민은 그대의 겸손한 헌신을 원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 붙잡고 뽑아 달라고 호소하던 시간을 잊지 말라. 그대가 잘 나서, 기대되어서 찍어준 유권자도 있지만, 다른 후보나 그가 속한 정당이 맘에 안 들어 차선으로 찍어준 이들도 많다. 4년 뒤 떳떳하게 유권자들에게 지역과 나라를 위해 이렇게 땀 흘렸노라고 자신 있게 내놓기를 바란다.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이 그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 일이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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