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에서는 지금 국립호국원이 보은군 장안면 구인리 지역으로 유치가 확정되자 가장 양면적인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시원한 군민체육센터에서 틈틈이 흥겨운 가락이 이어지는 전국장사씨름대회가 열리고 있고, 강렬한 봄볕이 내리쬐는 한쪽에서는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농토를 일구는 일 밖에 알지 못하는 80대의 노인들이 공동묘지 반대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대고 있다. 누가 농사 밖에 모른던 순진한 구인리 주민들을 강렬한 태양 아래로 내몰았을까?


- 지방자치는 사람쓰기에 달려


보은군은 국가보훈처가 전국의 거점 지역에 국가 유공자들을 안장할 국립 호국원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보은지역 유치 가능성 파악에 나섰다. 보훈처는 괴산군과 보은군이 신청해 접근성과 개발가능성 및 자치단체의 노력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2차례에 걸친 심사 끝에 보은군으로 확정했다. 당초 정상혁 군수는 청정 자연을 간직한 보은군이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산재해 있는 묘지 문제 해결이 과제라는 인식 아래 국립 호국원이 유치되면 재정이 부족한 군의 실정을 호소해 호국원내 부지 일부를 얻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일회성 방문이 아닌 상시 방문객 유치를 통해 부지를 내준 주민들의 소득 사업을 위해 호국교육원까지 건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경쟁 상대였던 괴산군은 사업에 대해 주민설명회 3회, 공청회 1회에 걸쳐 주민들 의사를 모은 반면 보은군은 주민설명회는 커녕 오히려 국립호국원은 국가보훈처에서 대상지를 확정하는 사업이라는 식으로 밀어 부쳤다. 그동안 국립호국원 유치사업을 추진하던 주민복지과장과 실무 주무관이 연초 인사발령에 따라 교체되며 혼선을 가중시켰다.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해지자 이에 대응하는 방법도 안일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리를 옮긴 전임자는 떠난 자리에 관심이 없고, 후임자는 정확한 사태파악·대응책을 논의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공직자들의 모습이 주민들에게는 보은군이 조직적으로 주민들을 기만한 것으로 비쳐지며, 급기야 전국장사씨름대회가 열리고 있는 체육관으로 진입했고 군수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 동안 전·현직 주민복지과장이나 민원 비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담당 주무관 혼자 이리저리 주민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예고된 지방자치의 단면이다.


- 공직 사회에 경쟁체제 도입해야


군 단위에서는 선거철마다 공무원들이 당선자를 배출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공무원들이 입소문이 그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4년 임기의 군수도 다시 한번 당선을 생각한다면 웬만큼 큰 일이 아니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주의를 대충 넘긴다. 여기에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로 인해 정년 1년 여를 남겨 놓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다 보니 부서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하면 정년을 맞는 연습생 부서장 신세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반복된 악습의 관행을 과감히 끊기 위해서는 앞으로 부서장으로 중용하려면 최소한 2년 이상 정년이 남은 공무원을 임명하고, 주무관급에서 실력과 능력을 검증 받은 사람은 연공서열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하게 발탁해 공직 사회에 경쟁 체제를 도입, 신선한 바람과 함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과감한 행정 개혁이 실행되려면 먼저 단체장이 주민들 표를 의식하지 말고 공무원의 철밥통 깨기에 선두주자로 나서 재선이라는 욕심을 버리는 확고한 결심이 있어야 한다. 단체장이 과감한 행정 개혁 통해 훌륭한 청백리의 표상으로 지방자치를 이끈다면 당장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은 더 많은 표를 통해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버리면 얻는다'는 민심이다.



/주현주(보은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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