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대선후보 경선패배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향후 진로를 암중모색 중이다.

후보자 지명대회 당일 경선승복 의사를 분명히 하고 정동영(鄭東泳)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가급적 외부에 드러나는 공식일정은 잡지 않은 채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입지와 경선기간 동고동락했던 의원 25명 안팎의 정치적 명운 등을 두루 고려해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의 깊이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손학규 = 손 전 지사는 16~17일 주로 자택에서 오랜만의 휴식을 취하면서 경선과정에 도움을 준 의원들과 지역활동가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

특보단으로 활동한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소신과 생명을 걸고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 도움을 준 데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각별한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는 17일 저녁에도 특보단 소속의원 23명과 만찬을 함께 하며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 "저를 도와준 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대선 승리는 물론 여러분 모두 총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전했다.

그는 또 "민주화운동이 필요할 때 민주화운동을 하고 신당이 필요할 때 견인차 역할을 한 것처럼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내가 후보로 당선된 것처럼 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만찬 도중 정 후보와 전화통화를 갖고 이같은 뜻을 직접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참석 의원들은 경선패배의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캠프가 해체되더라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과 뜻을 모은 것처럼 손 전 지사를 중심으로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자"고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지사는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18일 1박2일 일정으로 지방에 내려가 휴식을 취한 뒤 19일 저녁 정 후보와 만찬 회동을 갖고 적극적 협력 의사를 피력할 예정이다.

또 21일에는 경선기간 자신을 도왔던 자원봉사자 500여명과 동학사 산행을 하면서 경선조직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손 전 지사측은 "말은 해단식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는 전진대회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 이 전 총리는 16일 부인 김정옥씨와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여행을 떠나 경선 강행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있다.

그는 19일께 서울에 돌아온 뒤 20~21일 천안 상주 리조트에서 캠프 의원들과 실무자,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1박2일간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친노(親盧) 진영의 진로를 모색하려는 목적에서다.

21일 오후에는 정 후보와 만나기로 했다. 이날 만남에서 이 전 총리는 공동선대위원장 혹은 선대위 고문 직을 제안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수락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 전 총리 측근 인사는 "선대위원장은 후보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형주 의원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캠프 안팎에선 향후 진로와 관련, 친노진영 대표주자로서 당내 중진들과 함께 당 체계를 정비하고 내년 총선을 겨냥해 친노진영의 결집도를 유지.강화하는데 공을들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경선 과정에서 당이 상처입은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적지 않게 느끼고 있는 데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친노진영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해 내년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전 총리는 15일 후보자 지명대회 직후 캠프 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우리가뽑은 후보가 당선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여의도 캠프 사무실 일부를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모임을 갖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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