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과 청주는 원래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미군정 이후 청원군과 청주시로 나뉘고, 그것도 청주시가 달걀의 노른자처럼 청원군의 가운데 쏙 들어가 있은 지 60여년이 지났다. 그러니 청원군 관내에서도 미원 같은 동부지역에서 강외나 강내 같은 서부지역을 가거나, 오창 같은 서북부 지역을 가려면 청주를 거쳐야 한다. 날씨예보도 마찬가지다. 청원군과 청주시가 따로 따로 예보를 한다. 내용은 같은데 말이다. 시내버스, 도시가스, 상수도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이 따로따로다. 지금은 해소 되었지만, 청주국제공항이 청원군 북일면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 때문에 택시요금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대외적 경쟁력 문제다. 일전 내가 진행하는 TV프로에 서울 사람이 패널로 나와서 내년 5월에 치러지는 '2013 오송뷰티화장품세계박람회' 얘기를 하면서 오송은 서울에서도 멀고, 국제공항도 없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지방 사정에 대해 이렇게 모를까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에서는 심지어 청주를 잘 모르는 이들도 있는데 어찌 청원의 오송을 잘 알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통합되어 청주오송이라고 하면 한결 쉽게 알릴 수 있을 텐데…. 이웃 천안의 경우 일찍이 천안시와 천안군이 합쳐서 아산과 함께 100만의 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합치면 86만의 인구를 가지고도 자치단체가 따로 이다 보니, 기업유치에도 힘이 떨어진다. 이 상태로는 세종시 조성과정에서 배후도시 역할에도 문제가 있다.

세 차례의 무산을 거쳐 이번에 네 번째 시도되는 통합. 이번에는 충청북도를 비롯해서 청주시 청원군의 단체장들 모두가 적극 찬성하고 있으니 잘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통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청원군민들도 상당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통합이 대외적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이나 생활의 편리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통합의 필요성은커녕, 청주시에 흡수된다는 것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한미FTA를 통해 수출이 증가해도 그 효과는 소수의 재벌에게만 미치고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통합의 효과가 골고루 미치지 않으면 통합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경제적 이득이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청원군민의 입장에서 정서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가시적 정책대안이 제시되고 담보되어야 한다.

다행히 통합을 위해 청원 청원청주통합시민협의회와 군민협의회에서 지난 해 부터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상생발전 39개 사항 75개 세부사업에 대해 합의를 이루어 냈다. 당장 시내버스 요금체계는 오는 21일부터 일원화 된다. 그러나 아직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장기적 관점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지만, 당장 통합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지역과 계층에 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일례로 농업인들과 관련하여 통합 시에 농정국을 두기로 했다지만, 시간이 흐르면 적은 농업인구와 비중 때문에 조직의 효율성 논리에 따라 조직과 예산이 축소되고 홀대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책이 필요하다. 서로 양보하고 통합해서 큰 것을 취득하고 그 효과를 고루 나누는 협력이 필요하지만, 통합되는 청원군민의 요구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필요한 소이(所以)이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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