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눈 속에서 성급히 피는 동백꽃을 시작으로 갖가지 봄꽃들이 만발하는 대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경이롭다. 얼마 전 아까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더니 요즈음은 담장의 장미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S.Eliot)의 말처럼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삼라만상이 살아 움직이는 5월의 향연이다. 온갖 봄꽃들과 온 누리의 산천초목들이 살아 움직이며 나날이 싱그럽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고, 매년 5월 넷째 주는 우리나라의 제의로 2011년 11월, 제3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세계 문화예술교육주간'이 있는 교육의 달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꿈나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살펴보며, 교통안전 지도에 동참하여 본다. 요즈음 이른 아침부터 경찰관들도 함께 안전지도를 해주어 더욱 든든하고 고맙다.

우리학교 울타리에도 온통 빠알간 장미로 가득하다. 어떤 저학년 어린이가 "야, 하얀 장미꽃이다."한다. 찔레꽃을 잘 모르니 장미인 줄 안다. 하얀 찔레꽃이 장미꽃 틈에 겨우 한 그루가 피어 있다. 전에도 울타리에 찔레꽃이 있는 줄 알았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무척 기쁘다. 개교 무렵에 장미 울타리를 조성할 때, 찔레나무도 섞인 것 같다. 그 당시 찔레를 더 많이 심었으면 하는 욕심도 든다.

며칠 전에도 산책을 나갔을 때, 우암산 기슭에 수줍은 듯 미소를 띠고 있는 찔레꽃을 보고 자세히 살펴본 일이 있다. 꽃잎은 끝부분이 약간 움푹하며 5장이고 수술은 세기 어려울 만큼 많고, 암술은 1개이고 꽃밥은 노란색이다. 사람을 끄는 향기와 청순함이 돋보이고, 벚꽃처럼 요란하지 않고 어떤 꽃처럼 요염하게 유혹하지 않는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고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것은 백의민족인 한겨레를 많이도 닮아서 그럴 것이다. 가시가 있어도 다른 나무의 가시와 달리 앙탈을 부리지 않고, 검소하고 소박해야 한다는 무언의 교훈을 준다. 꽃잎 낱장을 자세히 보니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heart) 모양이라는 것을 필자가 처음 발견한 것 같아 희열감에 탄성도 나온다. 그러기에 꽃말도 '당신을 노래합니다.'인가 보다.

어렸을 때 찔레순을 마치 간식처럼 꺾어 먹곤 했다. 지금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그 무렵에는 맛나게도 먹었는데, 지금은 그저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 중 하나이다. 찔레덩굴에서 돋은 것 보다는 땅 속 뿌리에서 죽순처럼 솟아난 것이 더 좋았다. 뒤늦게 알았지만, 찔레는 어린이의 성장 발육 등에 도움이 되고, 우리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유익한 약재가 된다고 한다. 산짐승이나 새들에게 열매는 소중한 겨울 먹이도 된다. 대수롭지 않은 찔레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고 유산이기에 이에 연유된 시나 노래도 많은 것이리라.

찔레꽃 필 무렵은 배고픈 계절이었다. 부족하기만 했던 쌀은 고사하고, 보리쌀도 귀했다. 햇보리는 이삭만 보여주고 여물 생각조차 안 하니 야속하고 힘겨운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였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덤불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찔레에게 끈기와 강인함을 배우고,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것도 결코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니, 피땀 흘려 부지런히 일한 어른들께 감사드리며, 부지런하고 순박하게 생활하며 튼튼하고 바르게 자라나라고.



/김진웅 경덕초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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