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솔로몬, 한국 등과 함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본점을 둔 한주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피해자인 서민들은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한푼 두푼 모아 은행에 가서 저금하고 받아든 통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통장잔고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아주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보통사람들이 은행을 이용하는 전경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에다 믿고 맡겼던 예금을 졸지에 찾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한주저축은행의 고위 간부가 영업정지 발표 하루 전날 은행원장 대신 내부 테스트용 단말기를 이용, '가짜 통장'에 금액을 찍는 방법으로 은행에 예치된 고객 350여명의 예금 166억 원을 인출한 뒤 잠적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예금보험공사는 한주저축은행 고객의 원리금 합계가 5000만 원 이하인 부분은 전액 보장하기로 해 예금주들이 한숨을 돌렸다.


-막가파식 경영 ‘허탈’


한주저축은행 김임순 대표도 올해 2월부터 영업정지 직전까지 가짜 통장을 발급해 고객 407명의 예금 180억여 원을 빼돌리고 300억 원대 불법대출을 저지른 혐의 등(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미래저축은행은 2010년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26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이 기간 임직원 급여는 30%나 올랐다.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와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10억 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뿌렸다.

솔로몬저축은행은 퇴출 한 달 전 직원들이 자사주를 살 때 빌렸던 37억 원의 대출금을 회사가 갚아줬다. 사기 진작 차원이라고 하지만 망하기 직전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그야말로 막가파식 경영이 따로 없다.

상상을 초월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예금자는 분노를 넘어 허탈한 심정이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도덕 불감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나로저축은행의 전신인 동양상호신용금고 최대대주주였던 N모씨는 지난 1996년 당시 49억 원을 제3자 명의를 통해 불법 대출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하나로저축은행으로 개명한 뒤 3대 회장을 맡은 S씨 역시 2006년 당시 다른 사람 명의로 1000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청주 하나로저축은행 사태는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경영진의 사(私)금고화 전형을 드러냈다.

지난해 하나로저축은행 부정대출과 관련, 전 대주주 S씨와 전 행장 L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전 대주주는 지난 2006년 하나로저축은행 대주주였던 지위를 이용, 수십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았고, 전 행장은 임원이자 사업가인 전 대주주에게 40억 원을 부정 대출한 혐의였다.


-막장드라마 이젠 그민


저축은행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무엇보다 당국의 감독 소홀 탓이 크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고객 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해도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자격 미달자는 아예 금융기관 대주주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적격성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제 저축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재탕 삼탕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능희 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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