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직장에는 17명의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아주 작은 분교가 있다. 해발 360m에 위치한 작은 분교는 그동안 300여명이 가까운 아이들의 마음속에 초등학교의 추억과 함께 따뜻한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할하는 많은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임이나 학대가 심해 입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제대로 된 학교교육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고 학교생활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그동안 일반학교에서 받아왔던 소외감이나 열등감 으로 인해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교 시기에 또래들과의 관계형성의 어려움, 심리적 갈등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컴퓨터 게임 중독이나 가출을 일삼기도 한다.

용담초등학교 현양원 분교는 1985년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28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동안 교육청의 지대한 관심과 배려로 초등학교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현양복지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남다른 열정과 교사들의 애정이 학교를 꼭 필요한 학교로 만들어가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했다. 취학아동의 감소로 인해 분교가 폐교되고 통폐합되는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다. 분교의 통폐합은 효율적인 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곳에서 교육을 받아왔던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산골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은 교과과정이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특별활동교육이 이루어진다. 선생님과 함께 요리를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여행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간다. 작은 학교안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가족의 역할이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것이다.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다. 친환경교육, 체험중심의 교육으로 학교주변에 텃밭을 만들고 상추와 아욱도 심고 직접 키워 수확해 보는 기쁨과 함께 나눠먹는 재미까지 모두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사람 살아가는 정을 배우게 된다.

푸른 하늘과 숲이 아늑한 행복한 배움터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자연이 어우러진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움터이자 놀이터가 된다. 자연스럽게 배움의 과정이 놀이활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껏 뛰어 노는 일이다. 그동안 표현 할 수 없었던 아픔들을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놀이를 통해 토해내게 하는 것이다.

학교를 중단했던 아이들에게도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학교가 마냥 즐겁기만하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한곳에 모인 소수의 아이들이기에 개별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사소한 부분까지 챙길 수 있다. 감동과 감명을 주고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노하우들과 추억을 만들가는 행복한 학교가 있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앞으로 작은 분교가 고민해야할 것은 어떻게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더 좋은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점수가 아닌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이다. 특히 18세라는 나이에 퇴소와 함께 자립해 나가야 하는 시설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유산은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아이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작은 학교는 공감하고 공유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신문화와 함께 학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강조되어져야 한다. 기다리고 인내하고 믿어주고 칭찬해주고 기회를 주는 교육 그런 교육이 이루어지는 작지만 강한 산골현양분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 곳이 된다.



/김명성 현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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