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집안을 가재도구 등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꼭 필요한 살림 도구만을 고집하는 성격 탓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사를 하려고 살림살이를 꺼내 놓고 보면 묵은 살림이라 이삿짐이 제법 많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라는 어느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그 과학을 안방에 들여놓지 않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자녀 교육 때문이라면 지나칠까.
필자는 가정교육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학교 교육이 아무리 공고해도 가정교육이 바로서지 않으면 사람은 사람답게 성장 할 수 없다. 지난날 교육 사업을 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훤히 엿보였었다. 가슴이 따뜻한 아이, 예의범절이 반듯한 아이, 남을 배려하는 아이들은 그 부모를 만나보면 한결같이 인품이 남달랐었다. 이런 사실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리라. 이로보아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이게 아니어도 나의 세 딸들에 대한 가정교육은 아이들이 성장한 이즈막에도 매우 엄격하다. 이 십 대 초반, 중반, 후반의 세 딸들에게 얼굴만 마주치면 대인관계 시 처세 및 직장 생활에서의 예의를 누누이 타이르곤 한다. 딸들은 결혼 전까지는 우리 집의 가풍을 뒤따르지만 결혼 후엔 시댁의 가풍을 따르되 친정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이 밑바탕이 돼야 시댁 가문을 빛내는 며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다.
이렇듯 딸자식 가정교육에 유독 신경 쓰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 의해서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딸들은 남의 집 귀신이 될 처지 아닌가. 하여 세 딸들에게 가정교육의 일환으로 어려서부터 부모공경을 몸에 익히게 했었다. 대 여섯 살부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집안을 청소하게 하였고 밤마다 연년생인 두 딸들에게 안방을 깨끗이 청소한 후 이부자리를 깔아놓는 일을 시켰었다. 부모가 샤워를 할 때는 속옷을 챙겨주도록 타일렀었다. 이는 사소한 일부터 부모를 공경하는 자세를 심어주기 위함에서였다. 이런 일은 막내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요즘도 막내딸은 밤마다 나의 방을 깨끗이 청소한 후 이부자리를 깔아주곤 한다. 이렇듯 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잠자리를 보살펴 주고 있는데 어찌 안방에 침대가 필요하랴.
늑대 소년 이야기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인간은 어려서 교육이 평생 그 아이의 일생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것은 삶속에서 사소한 일부터 출발한다. 사소하지만 사람으로서 가장 큰 덕목인 효를 거듭 강조하는 것은 얼마 전 우리 고장에서 남편과 부부 싸움 끝에 시어머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시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어느 여인의 사건을 접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시어머니가 누구인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이고 자신이 낳은 자식의 뿌리 아니던가. 이 여인 또한 어려서부터 자신의 부모로부터 철저히 효에 대한 가정교육을 받았더라면 이런 인면수심의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일이다. 외국 유학, 여러 곳 학원 순례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리라.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가정교육이야 말로 가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행 교육이다. 올 여름 방학 땐 아이들에게 집안에서 부모님을 공경하는 교육부터 우선시 하면 어떨까? 그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을 거목으로 성장시키는 참 교육이 아닐까 싶어감히 외람된 제안을 해본다.
/김혜식 하저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