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지구촌의 대제전인 런던올림픽에서 22개 종목, 37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권을 목표로 했었지만 100%이상 초과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4년마다 으레 달성한 것이라 익숙해서 그렇지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우리의 전략종목에 대한 견제와 심판들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출발부터 불안했지만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로 기대이상 선전에 우리는 밤잠을 설쳐가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메달의 색깔을 떠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역량을 모두 쏟았다면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세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대회이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것, 도전하여 열정을 쏟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더 없이 값진 것이다.

지금이야 세상이 변했고, 물질적 풍요로 말미암아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운동하는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지난날 대부분의 선수들 중에는 가난 그 자체가 스포츠를 선택한 유일한 동기였고 그것은 곧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아무런 금전적 투자 없이 제 한 몸 불살라 승부할 수 있는 무대였고, 또 시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난과 역경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참으로 실감하기 어려운 체험이다. 가난이 주는 시련은 스포츠인들에게 있어 더욱 강인한 체력과 굳센 의지를 길러주는 좋은 훈련의 장이고,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정신력은 진정한 인간승리로 이어져 모두를 감동케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성화가 꺼진 2012 런던올람픽에서도 가난과 장애, 사회적 편견을 꿋꿋이 견뎌 이겨낸 도전자들이 모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선천적으로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난 의족의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외팔 탁구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의 선전이 단연 돋보였고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도전에 감동하고 눈물어린 박수갈채를 보냈던 이유도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인간승리가 그만큼 값진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 그가 바로 남자 체조 도마종목에서 한국체조 역사상 최초로 값진 금메달을 일궈낸 양학선 선수다. 극심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한 정신력으로 역경을 딛고 살아온 한 사내에게 전 세계인이 감동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경쟁자들의 추월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 이면에 어려운 가정형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를 땀으로 승화시켜 최정상에 선 '휴먼 스토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공한 스포츠인들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고된 훈련보다 더 힘겨운 일인지도 모른다.시련극복을 위해 그들은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 하고, 인고의 시간을 감내했기에 남다른 열정과 투혼을 발휘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운동했더라면 성공에 이르는 길은 훨씬 쉽고 빨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나 쉽게, 빨리 성공하느냐보다는 그 과정에서 '어떤 삶의 자세와 가치관을 지녔는가'가 더 중요하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포츠는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갈등과 반목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가 되었고,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일어선 그들을 통해 성취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워 주는 더없이 좋은 교훈이 되었다.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시름과 고통이 깊은 올 여름에도 올림픽에서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울러 올림픽 경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색깔의 메달을 획득했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묵묵히 흘린 땀과 열정, 눈물 어린 도전정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으면 한다.



/김종탁 주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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