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청주고인쇄박물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인 직지(直指)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직지는 운천동 흥덕사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의 이름이다. 원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이를 줄여 직지라고 부른다.

직지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쿠텐베르그의 '42행성서' 보다 78년이나 앞서서 간행된 책이며 중국의 '춘추번로' 보다는 145년이나 빨리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다. 불교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선과 관련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직지의 존재를 알린 사람은 재불 서지학자 고 박병선 박사다. 그녀는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를 찾아냈으며 이를 처음 세계에 소개했다. 박 박사는 프랑스 군대가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도 알려 국내로 귀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충북 청주시 운천동에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기록문화 유산인 직지를 널리 알리기위해 세워졌다. © 편집부

직지가 간행된 흥덕사지의 발굴은 우연이었다. 1985년 한국토지개발공사에서 시행하던 '운천지구 택지 조성공사' 중에 옛 사찰 터가 발견되었다. 이곳에서 청동으로 만든 쇠북에 '서원부 흥덕사' 라는 글자가 음각 되어 출토됨으로써 이곳이 흥덕사 임을 입증하게 된 것이다. 이 발굴 조사는 김영진 교수가 이끄는 청주대박물관에 의해 진행됐다. 당시 금속탐지기를 동원하여 활자 실물을 찾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1996년 유네스코 충북협회의 '유네스코와 고인쇄문화'라는 학술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이후 2001년 6월27∼29일 청주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에서 세계 23개국 기록 유산 42점이 심사에 올랐고 2001년 9월4일 직지가 역사적인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유네스코가 직지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계기록유산인 직지는 현재 실물이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 않다. 상·하권으로 인쇄되었으나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1권이 소장되어 있을 뿐이다. 직지가 프랑스로 넘어간 것은 1887년 주한 프랑스 초대 공사로 서울에 부임한 바 있는 콜랭드 플랑시가 수집해간 장서 중에 직지 한권이 있었으며 이를 도서 수집가인 앙리 브베르가 1950년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프랑스가 이 책을 탈취해간 것이 아니라 수집해 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반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금속 활자본은 문헌만으로 알려졌던 것이 나타난 유일본으로 우리 조상이 최초로 금속활자를 창안, 발전시킨 문화 민족임을 실증해주는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이 때문에 청주시가 직지를 찾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려왔으나 실물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느 곳에 직지의 실물이 단 한권이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찾는데 아직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직지를 발간한 흥덕사는 어느 때, 누구에 의해서 창건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흥덕사에 대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흥덕사지의 발굴을 통해서 대략적인 규모는 파악하고 있으며 그래서 옛 흥덕사 터에 금당을 복원했다. 이곳은 사적 제31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인근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는 것이다.

▲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세워진 직지 상징조형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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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의 건설은 직지를 통해 우리나라 옛 문화의 이해를 높이고, 활자 인쇄의 메카인 청주를 알리기 위해서다. 직지 활자는 후대인 조선시대의 금속활자 인쇄방법과는 달랐다. 한판에 같은 글자의 동일한 꼴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활자의 크기와 획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 활자의 모양이 정교하게 주조된 것이 있는가하면 주조를 실수하여 일그러지고 획의 일부분이 끊긴 것도 있다. 이는 사찰 재래의 전통 밀납 주조법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는 이같은 재래 밀납 주조법을 재현하고 있다. 박물관의 관람은 직지와 흥덕사실, 직지금속활자 공방, 인쇄 문화실, 동서인쇄 문화실, 기획전시실, 영상관, 시연실 등으로 나뉘어 구경할 수 있다. 직지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인쇄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한눈에 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즘은 관람료가 무료라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며 유치원 어린이 부터 초·중·고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글·사진=조무주 대기자

▲ 입구에 세워진 안내 조형물.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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