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처서(處暑)도 지났어도, 폭염, 폭우, 태풍 볼라벤까지 기승을 부렸지만, 머지않아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낼 것이다.

어느덧 8월 31일자로 정년(停年)을 맞이했다. 돌이켜보면 첫 교단에 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인년(引年)의 때가 와서 교직생활을 마감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세월의 빠름과 갖가지 감회에 숙연해진다. 이제 새로운 삶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나름대로 알차고 행복한 생활을 하리라 다짐도 해 본다.

돌이켜보면 청운의 꿈을 안고 교육계에 입문해서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41년 6개월의 긴 세월이 지났다.교사로서 학부모님들의 귀한 아들·딸들을 맡아 꿈나무들을 가르칠 때나 교감 그리고 학교장으로서 근무할 때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좀더 사랑해주고 알차고 감화적으로 지도하고 더욱 내실있고 창의적인 학교경영을 하였을 걸 하는 못 다한 책무에 대한 회한의 정에 빠진다.

어쩌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듯이' 큰 꿈을 갖고 희망찬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과 식견으로 가르치고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가 있는 듯해 아쉬움도 남는다. 앞으로 정년퇴임 이후에는 지나온 회한의 자국과 주위의 고마움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다.

태어나서 100일 며칠 전에 6·25 전쟁이 발발(勃發)했고, 초등학교 때 4·19와 5·16이 일어났고, 보릿고개를 겪으며 힘겨운 학창생활을 했다.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갑자기 예비고사가 생겨 대학입시에 많은 혼란을 겪은 끝에 교육대학과 방송통신대학교와 교육대학원 졸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에 비하면 요즘 학생들은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온실 속의 식물처럼 과잉보호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좀더 비바람도 이길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고 행동하는 인재가 되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라고 생각된다.

교직 41여 년을 대과(大過) 없이 마무리하도록 성원해 교직원, 교육가족, 학부모님, 운영위원님, 지역인사님, 기관단체장님 등 모든 분들께 지면(紙面)이지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사랑하는 학생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다만 요즈음 학교와 사회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전국적으로 대두되는 학교폭력, 성범죄, 교권, 불건전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화 등 시급히 시정되고 근절되어야 하는 과제들을 생각하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이제 정년퇴직해 교단을 떠나더라도 사랑하는 학생들이 튼튼하고 믿음직하고 슬기롭게 자라나는 모습과 지금까지 함께하는 교육감동, 도약하는 충북교육 구현 등 전국 으뜸교육을 한 위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충북교육의 도약과 우리나라의 국태민안(國泰民安)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주위의 아름다운 인연과 은혜를 감사히 여기며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영위하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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