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정당 후보론에서 맞서고 있다. 문 후보는 "정당의 조직과 국정운영 경험이 결합된 후보가 대선에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꿔 해석하면 안 후보에 비해서는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안 후보는 "지금 와서 정당 후보론을 꺼내는게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논리라면 항상 다수당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다수당이 되도록 힘을 모아줬는데 압도적 다수당이 되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치가 믿을 만하구나, 참 달라졌구나 한다면 제가 가만히 있어도 국민들이 뭐하냐, 빨리 당에 들어가라, 어떻게든 단일화하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이 정당의 낡은 정치시스템을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의 정당 후보론 비판을 듣고 문 후보는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비교적 부드러운 말로 설득해오던 안 후보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표현하자 문 후보로써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두 후보의 정당 후보론 공방은 이쯤에서 마무리 됐지만 이번에는 책임 총리제가 등장했다. 책임 총리제는 문 후보 측에서 먼저 나왔다. 문 후보는 지난달 16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대폭 넘기는 '책임 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총리에게 내치를 맡긴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정책비전을 발표하면서 "3권 분립의 정신에 입각한 국정운영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책임 총리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된 것이다. 그러나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지 문 후보의 책임 총리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 측은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맡는 책임 총리제를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를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현행법에 맞지 않다"며 "개헌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과 총리가 내치, 외치를 맡으려면 개헌이 필요한데 이에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대통령제를 유지하며 운영 방식을 바꿔간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 후보의 책임 총리제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서 문 후보의 주장과 안 후보의 주장에 일치하는 점이 있어 단일화 과정에서 권력을 나눠 맡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는데 이를 안 후보 측이 부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임 총리제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잠복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안 후보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주장에는 책임 총리제 도입의 가능성도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어떤 방법으로 진척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협상에 의해 이뤄진다면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를 맡고 다른 한 사람이 책임총리를 맡는 방법으로 협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DJP연합 당시 이같은 형태로 진행될 전례도 있다. 과연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어떻게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조무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