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논란이 지난달 30일 도의회 교육위에서 일단락됐다. 도의회가 세입결손을 이유로 도교육청이 상정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결과는 예상대로 880억원을 주장한 충북도와 시·군의 예산안이 받아들여졌다. 막판 극적인 타협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예상했던 결말이었다. 예산이 삭감되자 도와 시·군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도교육청은 참았던 울분과 격정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예산심의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무상급식 원점 재검토와 감사청구까지 하겠다며 초강수를 두고 나왔다.

어찌됐건 이번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갈등의 전말을 지켜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애들 밥먹는 문제를 놓고 충북의 대표기관이라고 하는 도와 교육청이 수개월간의 '밀당' 끝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고작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넘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2년전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치적쌓기에 열을 올려온 모습과 견주어 볼때 너무나 실망스런 결과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의 한 유력인사는 "애초 양쪽이 무상급식 분담액을 놓고 실랑이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때만해도 이견이 있어 조정과정이 필요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협상과정을 지켜봤는데 이런 결과밖에 가져오지 못한 양쪽을 보면서 과연 누굴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을 놓고 벌써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그중에는 무상급식에 대한 진성성 문제가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표를 의식해 어쩔 수 없이 무상급식을 하게 됐는데 그렇다 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급식비 부담이 골칫거리로 대두됐고, 이 과정에서 도나 교육청 모두 한 푼이라도 덜 부담하려고 자기 논리개발에 치우친 탓에 이같은 어의없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소문은 보수대 진보의 대립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이다. 무상급식이라는 본질과는 관계없이 보수색채를 띠고 있는 이기용 교육감과 이에 맞서 민주당 이시종 지사와 의회권력을 쥐고 있는 민주당간의 일종의 헤게모니싸움에서 무상급식 분담률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발 더나아가 다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전초전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떠돈다.

물론 이같은 얘기들이 분명한 '팩트'에 입각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충북의 대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도와 교육청이 특정 사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그 여진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도와 교육청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앉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바란다. 아직 그럴 시간이 충분히 있다. 당사자간에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공청회나 토론회도 열어라. 다시한번 누굴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도와 도교육청에 묻고 싶다.



/김정호 편집 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