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가 뜨고 있다. 오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저마다 공을 들이고 있다. 후보들도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곳 제쳐두고 찾는가하면,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가장 먼저 인사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보수·진보할 것 없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아예 "중원(中原)을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고 열변을 토한다.

이렇게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충청도가 극진한 대접을 받는 건 이 지역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결정권)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교적 중립적인 충청도가 마음을 주는 쪽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여야 모두 저마다의 득표 기반이 있는 정치 역학속에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않는 충청도의 마음까지 얻으면 당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선거때만 되면 상한가


그도 그럴것이 현재 제1정당인 새누리당은 영남, 제2정당인 민주통합당은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지역 정당을 벗어나자고 발버둥치고, 그것이 정치 선진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틈만 나면 외쳐도 표로써 모든게 결판나는 선거판에서는 '꿩 잡는 게 매'라고 손을 뻗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정치 구도다.

왜 이렇게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이 충청도를 '알현'하는지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우선 1997년에 실시된 15대 대통령선거를 보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9만557표로 누르고 당선됐다. 충청권에서만 40만 표 넘게 제쳤다. 그만큼 충청권에서 보내준 지지가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국 득표율은 김 후보가 40.27%였다. 지역별로는 이를 넘긴 곳이 16개 시·도 중 호남과 서울, 대전과 충남, 제주뿐이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평균 득표율을 넘지 못했다.

그 다음 16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충청의 힘이 여실히 나타났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7만 여표 차이로 이겼는데 충청권에서만 25만6000여 표를 앞섰다. 역시 충청권에서의 득표율은 전국 득표율을 넘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530만 표 넘게 압도적으로 이긴 17대 선거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역시 승자를 점 찍었다.

이러니 유력 후보자들의 충청권 발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충청권을 한 바퀴 쓸고 갔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등록 후 첫 지역 방문지로 택하더니 공식선거운동 이후 첫 주말 유세지로 역시 충청을 찾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11일 충청에 올 예정이다.


-이미지·휩쓸림에서 벗어난 선택


그렇지만 그 이면의 씁쓰레한 기억도 있다. 공약 하나로 충청도에서 "재미 좀 봤다"는 말이 논란을 빚는가하면 충청도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가 지역으로 되돌아왔는지, 다시 말해 지지한 대가(?)가 있었는지 되묻는 뒷담화와 '짝사랑'이라는 말도 있었다. 모두 표심으로 보여준 기대와 현실의 차이였다.

이런 기대와 현실의 틈을 줄이기 위해선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살펴야한다. 찍을 때 뿐만 아니라 찍고 나서도 그 공약과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하고, 다음 선거 때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

나와 내 가족, 내 이웃, 내가 살고있는 동네, 내 나라를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끌고가려는지 세심하게 봐야 한다. 이미지, 휩쓸림이 아닌 정책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또 다시 선택의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광호(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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