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안정-분열 중대갈림길 주목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1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재차 화해의 손짓을 내밀면서 협력을 요청하고, 박 전 대표가 12일 닷새간의칩거를 정리하면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출마 선언 이후 대선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 조기 봉합 여부는 3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구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대선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한나라당은 안정을 되찾으면서 이 후보에게 다시 힘이 실릴 수 있지만, 반대로 박 전 대표가 또 한번 거부반응을 보일 경우 당내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자칫 '이회창 대안론'에 불을 댕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일단 이 후보의 화해요청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원론적 수준의 경선결과 승복 및 '백의종군'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갈등이 봉합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시점까지 '결정'을 미루면서 당 내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당을 하나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 정권창출 이후에도 주요한 국정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 및 소중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권교체를 위해 보다 원활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마음을 열고 숙의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 그리고 제가 마주 앉는 정례회동을 추진하겠다"며 '3자 정례회동'을 제안하면서 "당 대표나 국회의장을 지낸 분들도 모셔 그 분들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측이 요구하는 당권.대권 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에는 박 전 대표 시절 만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한 당헌과 당규가 있다"면서 "대선 전이든 이후든 이 당헌.당규는 지켜져야 한다.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헌.

당규가 정해 놓은 절차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화해 기자회견에 이어 12일 경북 구미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국민성공대장정-대구경북대회'에 앞서 인근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박 전 대표 끌어안기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은 일단 반응을 자제했다. 박 전 대표가 12일 칩거를 정리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이 있을 경우 모종의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내일부터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며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안다"면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질 경우 이 후보 기자회견을 포함한 현안에 대한 말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이 후보의 회견 내용 자체가 거부냐 수용이냐를 밝힐 성질의 것이아니고, 박 전 대표가 무엇을 요구한 일도 없다"면서 "다만 박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밝힌 경선결과 승복 및 '백의종군' 정신에서 변함이 없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말씀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후보가 제안한 3자 정례회동 제안에 대해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유보적 입장만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화해제안 수용, 거부 입장에 관계없이 12일 국민성공대장정-대구경북대회에는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은 이 후보 기자회견에 대해 반응을 삼갔다. 이영덕 공보팀장은 브리핑에서 "굳이 논평할 만큼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정말 토목업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며칠 간 고민한 결과가 '당헌.당규에나와있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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