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에 폭염까지 '피해 눈덩이'
LG화학 폭발 사고… 8명 인명 앗아가

올 한 해 충북을 비롯해 전국은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잇단 태풍 내습으로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쳤고, 기상 이변으로 인한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강풍을 막기 위해 청테이프로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을 도배했고, '살인더위'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도내에서 올해 큰 사건·사고는 없었으나 LG화학 청주공장의 폭발사고는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았다. 근로자 8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지만 사법처리 규모와 수준은 사고 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다.

△잇단 태풍 피해로 농심 멍들어=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충북도내 농경지가 2000h에 달했다. 특히 충주와 괴산, 영동, 보은 등의 피해가 컸다. 과수농가들은 낙과에 따른 피해가 심각했다. 농작물 피해와 더불어 강풍으로 주택·건물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골프연습장 철근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었고, 간판들이 줄줄이 떨어졌으며, 주택들의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다. 주택·건물 파손이 수백동에 달했고, 수천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천연기념물인 보은 정이품송(103호)·괴산 왕소나무(290호), 청주 중앙공원 내 은행나무인 '압각수'(충북도기념물 5호)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태풍 피해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특히 농민들은 1년치 농사를 자연재해로 한순간에 망쳤다.

△'조용한 살인자' 폭염의 공포=올해 여름의 폭염은 최악의 폭염으로 기억되는 지난 1994년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지난 8월 초순 충북을 비롯해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으로 사망자가 7명이나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33도를 넘는 폭염일수가 10여일 이상 이어졌고, 밤사이 수은주가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계속됐다. 충주와 제천, 보은, 추평령이 연일 36도를 넘나드는 등 최고기온 극값을 기록했다.

지난 8월1일 낮 12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초등학교 시설보수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K씨(28)가 일사병으로 숨졌다. 이날 지표 온도가 45도까지 치솟는 등 살인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 단양에서도 밭일을 하던 L씨(89·여)가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랐다.

△'인재(人災)' LG화학 폭발사고=지난 8월23일 오전 10시16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LG화학 청주공장 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물질 공장'에서 폐용매를 담은 드럼통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당일 1명이 사망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근로자가 잇따라 목숨을 잃어 모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3명이 병원 치료 중이다.

수사전담팀까지 꾸려 사건 규명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2개월 만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종합하면 인재라는 결론이다. 경찰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이옥산이 정전기를 통해 강한 폭발이 발생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근로자들에게 주의시키지 않았다. OLED재료공장 신축 당시 다이옥산을 1층에서 회수하도록 설계·시공했으나 2층에서 회수토록 공정을 변경하면서도 안전시설을 보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생산공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2층 합성실 바닥에 정전기를 예방하는 대전(帶電) 방지용 페인트를 칠했어야 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불연재 페인트만 사용하는 등 자체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8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은 OLED 재생산공장 관리감독자 K씨(43·부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K씨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 회사 공장장 P씨(44·상무)에 대해서는 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공장 관계자 1명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되는 등 사법처리 수준은 미미했다. /박성진기자

▲ 올 한 해 충북지역은 태풍과 폭염 등 자연재해 피해가 유난히 잦고 컸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한 지난 8월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한 골프연습장 H빔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그물망이 잇따라 붕괴되는 등 태풍피해가 속출했다. <자료사진>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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