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 칼럼] 2007년 4월 11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90년대 작품 '아미스타드'에는 특별한 인물이 한명 나온다. '아미스타드'는 1839년 스페인 노예해적선 '아미스타드'호에 갇혀있던 흑인들이 백인 선원들을 죽이고 탈출을 기도하는 실화를 다룬 영화.

되잡힌 노예들의 변호인단에 전직 미국 대통령이 합세해 '자유를 위한 변론'을 펼친다. 앤서니 홉킨스가 열연한 이 인물이 존 퀸시 애덤스다.

미국 역사에서 부자 대통령은 두 번 나왔다. 41대 조지 부시대통령과 현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 그리고 바로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이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로 미 역사상 첫 부자 대통령이다. 애덤스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는 첫 부자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에 의해 약관 27세에 주뉴질랜드 공사로 발탁된 그는 정작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자 스스로 그 자리를 물러난다. '대통령의 아들'을 굴레로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린 것이다.

우리에게, 대통령의 아들이 처음부터 특별한 존재였던 것은 아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인 이강석씨는 일가족 권총 자살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이젠 기억조차 가물거린다.윤보선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의 아들들은 아예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는 몇 차례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돼 동정을 사는 정도였다. 2004년 늦은 나이로 16살 연하의 변호사와 결혼해화제가 되기는 했다.

출판업을 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큰 아들 재국씨는 사업자금 출처를 두고 한 때 의혹이 일긴했지만 별다른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둘째 아들 재용씨는 최근 탤런트와의 재혼설로 연예 뉴스에 얼굴이 비친 정도다.

정치에 뜻을 두었던 노태우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아버지가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자 곧바로 외국 유학길에 올랐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도 lg전자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 중이다.

'대통령의 아들'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 이는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현철씨다.

그는 장관이나 국회의원 공천에 이르기까지 온갖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을 농단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한보철강 설비 도입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수수 등 7대 의혹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의혹이 커지자 김 대통령이 사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97년 5월 알선수재 등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3형제, 홍일 홍업 홍걸씨가 모두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3선 의원을 지낸 홍일씨는 그로 인해 2006년 9월 불명예스럽게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둘째 아들 홍업씨는 증여세 포탈과 이권청탁 명목 등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죄로 역시 1년6개월가량 복역하고 2005년 8월 사면·복권됐다.

또 막내인 홍걸씨도 2003년 8월 증여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대에 걸쳐 대통령의 아들 4명이 줄줄이 전과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그런데, 더 기막힌 건 그 홍업씨가 '명예회복'을 한다며 '4.25 무안·신안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뭘로 보는 건지, 젖먹이 철부지도 아니고 참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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