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막판까지 초박빙의 혼전 양상이란 예측이 빗나가는 결과가 나타났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 최다 지지표를 획득한 대통령, 과반 이상 득표한 대통령 등 숱한 기록을 세웠다. 박 당선인은 누구보다 스토리텔링이 많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당선인 앞에는 정말 넘기 어려운 국정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당선의 기쁨을 즐길 여유도 없이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부담을 안고 있다.

일자리 양극화 등 민생문제가 절박한 과제라고 볼 수 있지만 국민대통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최대 현안이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 후 언급한 '100% 하나 된 대한민국 건설'이 필요하다. 투표에 나타난 이념·지역·세대·성(性)·정파·계층 간 분열과 갈등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그 어느 대선보다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야 후보가 단일화된 양자대결에서 이념대립이 심화되었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유권자들은 상실감에 빠졌다. 특히 2030세대와 5060세대 간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린 균열 현상을 치유하지 않으면 그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2030세대가 노인무임승차제와 노령연금폐지 운동을 벌이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나이 든 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분노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선거는 국민통합 기능을 수행한다. 선거 전에는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차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패자는 선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국민대통합을 위한 탕평책도 중요하지만 낙선자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일단 차기 정부의 성공을 기원해야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승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반대했던 국민을 포용하는 관용정신이 요구된다. 정치적 반대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 정치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 것이 민주 발전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정치보복의 유혹에 빠질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출마했다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사람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당선인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낳고 있는 듯 한 인격모독적인 그림을 그리고 전시한 화가를 손보고 싶은 충동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보복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보복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관용은 승자의 아량과는 무관한 당위의 문제다.

하지만 아무리 국민대통합이 절실해도 선거사범에게 무조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요구되는 관용은 실정법을 어긴 사람들을 봐주고 용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법부는 불법타락 선거나 근거 없는 흑색비방 선전을 예방하여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선거사범은 법대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선거사범을 의법 조치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그들에게 지나치게 관용을 베푸는 것은 법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정치보복과 법치를 혼동해서 안 된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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