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어붙는 주택가 골목은 온통 주차전쟁이다. 일방통행 길 주차구역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고 주차 금지된 반대편에도 차가 즐비하다.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차량과 보행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숨이 탁탁 막혀 온다. 퇴근이 좀 늦는 날이면 집 앞에 이르기 전부터 오늘은 몇 바퀴를 돌아야 하나 자못 걱정이 앞선다.

골목길을 모두 자기 차를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 이들 때문에 주차는 더욱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골목은 이제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런 몰염치한 행위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주차 문제로 욕지거리는 다반사고 멱살잡이에, 끝내는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뉴스도 종종 있고 보면, 주차전쟁이란 말이 예삿일은 아니다.

우리들 성정이 언제부터 이토록 메말라졌는지 모른다. 공공의 골목길이 사유지의 앞마당으로 변해간다. 해결책이 나와도 진즉 나왔어야 할 일이다. 저마다의 이기심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 싶다. 어떤 이는 개똥참외 찜하듯 제 집 앞 골목은 제 주차장이라고 붉은 페인트로 경고 문구를 덧칠해 놓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상스러운 낙서를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다른 이는 주차금지고 자신에겐 허용인가. 진정 우리에게 자동차 문화라는 것이 있기나 한가. 모두들 여유도 없고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도 부족하다. 한 발자국씩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다정다감한 너와 나련만.

심지어 장애인 전용구역에 버젓이 주차하는 얌체차량들도 간혹 눈에 띈다. 상당수 공영 주차장이 법에 규정된 할인 혜택을 장애인 차량에 적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장애인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그들을 힘겹게 한다.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관공서나 공공기관은 장애인 전용구간을 확보해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나, 대형마트나 할인점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런 얌체차량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얌체주차가 여전한 것은 나만 우선 편하자는 이기주의 때문이 아닐까.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우리 스스로 고쳐가야 할 부분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과 양보하는 자세를 갖는 게 좋은 사회가 아닐까 싶다.

잃어버린 우리 본연의 '심성(心性)과 미풍(美風)'이 바로 설 때 몰양심한 자동차 문화는 비로소 도덕의 섬돌 위에 반듯이 놓일 것이다. 창밖으로 내다뵈는 하늘은 왜 저리 청명한지…. 차갑게 푸른, 결 없이 고운 얇은 어름만 같다. 혹한에 사무실 내에서도 두꺼운 내의와 스웨터에 방한복까지 조여 입고 근무 중이다. 엄동에도 마음만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남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여유가 우리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