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묘한 기(氣)싸움 중이다. 여기에 적잖은 주민들도 의회와 대치 중이다. 의회가 안팎으로 몰린 형국이다. 이유는 동네 이름 때문이다.

사단은 의회가 어느날 갑자기 잘 있는 동네 이름을 바꾼데서 시작됐다. 그러자 주민들이 "당초 이름으로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의회가 순순히 자신들의 말을 듣지않자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의회에 직접 찾아 와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어떤 사연일까. 시계를 지난해 7월로 돌려보자. 2012년 7월은 세종시가 역사적으로 출범한 달이다. 전국 17 번째 광역자치단체로서 국가 균형발전, 지방분권의 상징지로 세상의 이목을 받으며 행정수도나 다름없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옛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부, 충북 청원군 일부로 이뤄졌다.


-마음대로 바꾼 동네 이름


사람이나 사물이나 세상에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 법. 세종시도 그에 걸맞는 이름을 골랐다. 그중 옛 연기군 방축·갈운·고운·종촌·진의리라는 5개 마을 이름을 '도담동'으로 붙였다. 미래를 향한 세종시 이미지에 맞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한다.이름이 지어졌으면 사람처럼 호적에 올려야하는데 행정 구역은 조례가 호적이다. 그래서 의회가 '세종특별자치시 읍·면·동 및 리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라는 걸 의결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모든 게 말끔하게 끝난 것 같았다.그런데 불과 5개월도 안 된 지난 12월 문제가 터졌다. 조례를 만든 의회가 "아니다. 이름을 원래 이름으로 바꿔야한다"며 느닷없이 '방축동'으로 변경한 것이다. 원주민들이 옛날의 추억, 옛 이름을 보존하고 싶어한다는 게 이유였다.

미래지향적인 이름을 지어야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름을 아무렇지도않게 하루아침에 뚝딱 바꿔버렸다. 한 번 정해지면 몇 백년을 갈 이름인데도 손바닥 뒤집 듯 했다. 그 과정에서 의회 내부 심사보고도 바꾸지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무시됐다.그러자 집행부인 세종시가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라며 의회 결정을 거부, 재의 요구를 했다. 올 1월 4일이었다. 여기에 세종시에 터를 잡고 살겠다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아니, 왜 멀쩡한 '도담동'이라는 이름을 그곳에 살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앉아서 후다닥 바꿨느냐"며 처음의 '도담동'으로 원상복귀 시키라고 요구했다.


-結者解之로 원상복귀 시켜야


그러면서 △이미 대내외적으로 '도담동'으로 알려져 있고 △명칭 변경에 따른 행정 비용 낭비 폐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이댔다. 이곳에 지어질 학교 이름 역시 이미 '도담'에 맞춰 도담초·중·고등학교로 확정된 상태에서 행정 구역 명칭이 바뀔 경우 학교 이름과 행정 구역 명칭이 따로 노는 흔치않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이렇게 반발이 만만치않자 의회도 고민에 빠지면서 세종시의 재의 요구를 쉽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지방자치법)에는 재의 요구가 들어온 날로부터 본회의 기준으로 10일 이내 처리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3월 임시회 처리가 예상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책임은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아니 건드리지 말아야 될 걸 건드린 의회에 있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더 이상 실타래 꼬이 듯 엉키지않는다. '도담동' 이름으로 되돌아가야한다.



/박광호·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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