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겉모양보다 외출했을 때 필요한 물건을 담는 요긴한 기능이 우선이기에 하나를 사도 좋은 것을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직업과 외출 목적에 따라 선택 기준도 달라진다. 대학노트 한 권쯤이나 서류봉투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화장품 몇 개 정도만 넣고 다닐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여자라면 누구나 핸드백 몇 개쯤은 소지하고 있고 구매기준도 각자 다르게 마련이다. 지난해 대선의 한 후보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2012년 6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와 대선 유세 기간에 한 같은 맥락의 말이었다. 청와대에서 공주로 살아온 사람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논함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며 그런 사람이 이 나라를 어떻게 책임지고 이끌어가겠느냐고.
그렇다면 자신처럼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만 서민의 애환을 안다는 말인데 과연 우리나라 국민이 그 말에 모두 동조했을까. 차기 정부의 대통령 당선인이 핸드백과 관련, 얼마 전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대변인이 급히 기자에게 해명 문자를 보냈지만 진위와 관계없이 그녀는 128만 원이라는 핸드백 가격 하나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10년째 쓰는 낡은 가죽 가방 2개에 이어 하나를 더 장만했다는데 만약 12만8천 원짜리 핸드백을 10개 샀다면 입 가진 이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핸드백 관련 기사는 한국 정치문화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정치인과 그의 가족이 명품을 쓴다고 하면 죄인을 만들어버리고 해당자는 그것을 해명하느라 애를 쓰니 이런 풍토가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현주소라는 것이 참으로 유치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탄생한 여성대통령, 그리고 세계서도 드문 독신여성 대통령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패션 감각을 가진 여인이면 좋겠다. 약간은 굽은 등줄기를 감춰주는 멋진 옷을 입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핸드백을 가지길 원한다. 그의 핸드백은 단순한 핸드백이 아니고 국정을 수행하며 이 나라의 미래를 담고 다니는 것이므로.
/한옥자 청주문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