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우리나라 자살률은 33.5명이다. 회원국가 중 가장 높은, 약 두 배에 가까운 1위다. 각종 흉악범죄에 희생되는 죽음까지 더하면 만연한 인명경시 풍조가 정서불안을 야기시켜 소중한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얽히고 설킨 원인들이 복합돼 답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각박한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 침체로 힘들고 지친 세상살이에 하늘 한 번 볼 여유조차 없는 고단한 일상,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 평가되는 성과지상주의 등 언제든 중심에서 밀려나는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마음을 흔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최근 전 야구선수이자 스타 연예인의 남편이었던 조성민씨를 비롯해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자 조현길씨, 지난 성탄절 연휴에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 선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자살들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보고 넘기기엔 사회적 병폐가 너무도 심각하다는 걸 직시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모방자살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악영향이 너무 크기에 사회적 범죄·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일반인에 모범·희망이 돼야 할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용서될 수 없고 합리화할 수도 없는 사회적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명이 자살했을 때 영향을 받는 사람이 5~10명이고 가족 중 자살자가 있는 경우 그 위험성은 4.2배까지 높아진다' 고 발표한 바 있다. 혈육이나 지인의 자살 이후 남은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은 매우 크고, 심각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적 대책은 미미하고 여전히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전국 광역시와 도 단위 '자살예방센터'가 유가족 심리상담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참여자가 거의 없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의 불행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방관하다가는 결국 우리 사회가 부메랑을 맞게 될까 우려된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누구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그릇이 있고 목적이 있으며 쓰임새가 있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은 누구에게나 보장되기 때문이다. 긍정적 사고와 감정 조절을 통해 의미 있는 존재임을 자각,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면 남도 나를 보듬어 준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건 바로 나 자신이고 내가 헤쳐가야 할 인생 여정이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 모두는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관심과 배려 또한 필요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까.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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