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박광호ㆍ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 박광호 ㆍ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놈이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입후보할 때까지 아무 말 않고 저 혼자 왔다갔다 하더니 후보 등록이 끝나고 나서야 선거에 나서게 됐다고 통첩하는 시늉만 냈다. 그러더니 덜커덕 '사고'를 쳤다.

그 전까지는 학생회장을 감히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학교 잘 다니고 선생님 말 잘 듣고, 애들과 싸우지 않고 속 썩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여느 대한민국부모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애가 뜻하지 않게 일을 내킨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곧바로 집사람과 고민에 빠졌다. " 이 일을 어쩌나… " 집사람도 예상치 않게 터진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걱정하는 눈치다.

걱정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아들이 학생회장 됐으니 부모로서 학교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애들 일은 애들이 알아서 하는 거라고 내버려두기에는 요즘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학교 측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알아서 잘하니까 괜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 이미 오래전부터 치맛바람이 어떻고 어머니회가 무엇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회까지 나서서 학교에 무얼 했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던 터다.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다가 괜히 어깃장 놓을려고 "학교 일에 내가 왜 나서? 그러니까 교육이 자꾸 이상해지지… "라고 했더니 " 모르는 소리 하지말라 "는 핀잔이 곧장 되돌아왔다.

이렇게 자식 놈 다니는 학교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은 채 뛰어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 걱정하는 게 부모 심정이다.

가까운 친구 중 선생님이 있다. 이름만 대면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 부모라면 웬만큼은 아는, 지역에서는 꽤 잘 나가는 선생님이다. 서울 유명 학원 강사보다 애들 입시 지도를 더 잘한다고 소문나 있다.

이 친구가 하루는 술 얘기를 하다 " 야, 우리 중 누가 밤 12시 넘어 술 한 잔 먹자고 전화 걸었을 때 자다말고 나오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지 내기 할까? "라는 우스개 제안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있다고 했다.

다소 생뚱맞게 들리는 그 친구 요지는 학부모라면 열이면 열, 다른 사람도 아닌 선생님이 전화하면 다 나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드러나있어 자신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농담을 던질 때와는 딴 판으로 진지해졌다. 교사로서의 자부심도 배어있었다.

하기야 나도 밤 10시 넘어 오는 전화는 반갑지 않다. 거기에 술 먹자고 걸려 온 전화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 만일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라고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감지덕지하고 튀어 나갈 것 같다. 이런 게 부모 마음이다.

이렇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 심정은 똑같다. 자식 잘 돼라고 가르치는 선생님은 모두 하늘 같고, 세상 모두 변하고 어쩔 수 없이 자신까지 속세에 물들어도 학교만은 정도(正道)를 가길 빌고 또 빈다.

학교와 선생님들이 이런 부모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