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때문에 자살한 학생이 발생했다. 수능이 끝나면 매년 한두건씩 발생하는 이같은 사건은 한국적 비극이 아닌가 생각된다. 외국에서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자살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없다. 17일 새벽 1시 30분쯤에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a모(2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삼수생으로 지난 15일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뒤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 괴로워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 아파트 20층에서 술을 마시고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얼마나 좌절을 했으면 꽃 같은 나이에 목숨을 버렸을까.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성적은 물론 실력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지만 운이 나빠 아는 문제도 틀릴 수 있고 잘못 실수하여 정답을 오기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문제 하나가 등급을 좌우한다. 문제 하나 사이로 1등급, 2등급이 좌우 되는 것이다. 등급제가 올해 부터 시작된다. 물론 과외를 줄이고 내신 성적의 비중을 높히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문제 하나 사이에 등급이 달라지면 그것이 대학 입학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때문에 요즘 고3 학생들과 입시 상담교사들은 어떻게 대학 진학 전략을 짜야 할지 걱정인 모양이다. 가채점은 했어도 자신이 몇 등급 정도인지를 알지 못하니까 어떤 대학을 겨냥해야 하는지 대중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입시 제도를 자주 바꾸지 말기를 주문한다. 한번 정해지면 큰 틀은 바꾸지 말아야 할것이다.

정부가 바뀌면 대입 제도가 바뀌는 악 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수능을 보통시험, 특별시험으로 이원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대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물론 이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은 교육 정책을 밥먹듯 바꾸려 한다. 표를 얻기 위한 정책 남발의 하나다. 교육 정책이 바뀔때 마다 입시를 눈 앞에 둔 학생과 학부모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은 명심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