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대화에서 의지(意志)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지만 그 뜻은 문맥에 따라 조금씩 달리 사용되는 것 같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의지가 박약해서 큰일이야!” 청소년들의 생활태도가 지나치게 안일(安逸)해진 것을 한탄하는 어느 노인의 푸념이다. 해방 후 혼란 속에서 학교에 다닌 중년층도 이에 가세하여 한마디 한다. “요즘 학생들 의지가 약해서 걱정이야. 버스 한 정거장도 꼭 타고 다녀야 하니∙∙∙∙ 우리 때야 버스가 다 뭔가. 다들 걸어 다녔지.” 이 경우 의지라는 말은 어떤 쾌락이나 생활의 편의만을 따르지 않고 본분에 맞는 검소한 생활태도와 그런 환경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뜻한다.

“좀 더 큰 뜻을 가져야 해!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다면 안 될 일이 어디 있겠나?” 학교의 선배가 후배를 격려하고 자신감을 주기위하여 하는 말이다. 이때의 의지라는 말의 뜻은 목적지향성(目的志向性)이라는 어감을 다분히 내포한다. 좀 더 높은 목적을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려는 지향성만 있다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격려의 말이다. “자네 담배를 끊었다구? 의지가 대단하군. 난 의지가 약해서 그런지 도무지 안되더군.” 30대의 친구끼리 주고받는 대화이다.

의지가 대단하다는 말은 결단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토록 강인한 결단력이 있기에 끊기 어려운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Y가 이번에 고시에 합격했다면서?”, “말 말게, 그 친구 정말 의지의 사나이야!”, “칠전팔기(七顚八起)의 표본이군.” 계속되는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고 계속 정진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때 의지라는 말은 불굴의 정신, 역경을 이겨내는 용기와 집념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이렇게 의지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서 공통적인 것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정신력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어떤 결단(決斷)을 뜻하기도 하고 끈기 있는 집념(執念)과 역경을 참고 견디는 인내력(忍耐力)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여튼 명석한 지적 능력이나 붙임성이 있다는 성격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의욕이며 정신적인 자세이다. 심리학의 용어로서는 아마도 동기(動機)의 요소가 많이 포함된 개념이다. 본시 개념상으로 의지는 인격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 중요성으로 보아 따로 다루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의지가 인생의 과정에서 절실히 필요한 자질이라는 점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머리가 명석하고 박식하며 성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의지가 박약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일을 성취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어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의지가 강한 사람은 금방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궁즉통(窮則通), 고진감래(苦盡甘來), 칠전팔기(七顚八起),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과 같은 좌우명의 위로를 받아가며 불굴의 집념을 발휘한다.

시야를 우리 주변으로 돌려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선 기업가로서 성공한 재벌들의 경우를 보면 좀 결례가 될는지 모르겠으나 남달리 많은 학식이 있거나 천재적인 지능의 소유자거나 예술가에서 볼 수 있는 풍부한 감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가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것은 역시 강인한 의지인 것 같다. 지칠 줄 모르는 의욕이 있고 역경에 쉽게 굴하지 않는 용기가 있으며 목적한 바를 꼭 달성하고야 마는 집념이 있다. 이러한 정신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기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의 하나가 되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입지전적인물(立志傳的人物)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사람에 따라 의지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정되어 온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의욕이 넘쳐흐르고 어떤 사람은 만사를 쉽게 포기하는 데에서 개인차가 뚜렷하다는 것을 인정해왔다. 그리고 개인차는 선천적으로 생긴다는 것이 종래의 통념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초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인간이 출생할 때에 상당히 많은 특성을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그 특성 중에는 명예욕, 수집본능, 의지 같은 것이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 하였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은 그와 같은 특성이 생득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넓게는 환경의 작용이 크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 동기를 육성하고 의지를 키우는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의지가 강하고 매사에 의욕이 왕성한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교육학자나 심리학자의 관심사가 되었다. 역시 가정교육과 대단히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종교적 믿음 또한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엮어서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意志)를 키우는 교육과 종교가 필요한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는가!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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