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그동안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져오던 교수평가가 갑자기 엄격해지면서 교수의 퇴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어느 재벌기업이 재단인 서울의 모 사립대 교수들은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해 세계적인 연구논문을 쓰느라 연구실에서 며칠씩 밤을 지새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방대 교수들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수직 위기에 이어 잔뜩 강화된 성과평가로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교수들은 정말 보따리를 싸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의 재정비와 위상제고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교수평가와 관련하여 대학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대지진의 진앙지는 단연 kaist이다. 새로 부임한 총장이 올해 정년보장교수를 신청한 38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켰다. 보수성이 강한 대학사회에서 40%의 승진 탈락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하 언론들은 드디어 대학 교수들의 철밥통 신화도 깨지고 말았다고 앞다투어 크게 보도했다. 이제 제대로 된 성과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은 마치 무능한 집단쯤으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아니나다를까, 각 대학들이 강화된 교수평가 지표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성과평가는 왜 하는가? 첫째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차별적인 보상을 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사람의 능력을 더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각 개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내 결합시키기 위해서이다. 조직이 더 발전하기 위하여 구성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경쟁을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형식적인 평가에만 안주해 오다가 외부의 압력 때문에 등을 떠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하게 된 대학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평가도 올바르지는 않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평가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될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때문에 평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식 평가모델을 바로 우리나라 각종 조직에 적용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과 같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독약과 같다. 평가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 어렵고 갈등만 잔뜩 키우게 된다.

kaist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교수 1인당 책임학점이 1학기 당 3학점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 평가기준을 교육 중심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특히 지방대 교수들은 학생의 모집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에너지가 연구보다는 다른 곳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는 여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비교적 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역할수행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잘 쌓을 수 있는 교육방법을 개발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고 실제 대학의 생존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즉, 교수평가는 교수가 처한 직무상황과 대학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와 여건에 잘 부합될 때 성공할 수 있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성과평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평성이 확보돼야 한다. 때문에 과거 허술한 시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않고 이미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들에게도 엄격한 평가는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모든 교수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보상을 차별화하고 장래에 필요한 능력을 연마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의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학의 질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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