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주역이며 위대한 업적들을 남긴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서 인생을 아끼는 미덕에 주목해보고 싶다. 인생을 아낀다 하면 우선 빈틈없이 시간을 꽉 채워 쓰는 삶을 떠올릴 것이다. 맞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늦게까지 일하고 일찍 하루 일을 시작하였으며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밖에 나가 식사하는 대신 도시락 먹고 남은 식사시간에 공부할 정도로 한 순간도 낭비함이 없이 철저히 시간을 아꼈다. 하지만 그가 진정 인생을 아낀 것은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을 판단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유익한 일을 끊임없이 찾아가면서 인생을 합리적으로 꾸려간 데서 볼 수 있다. 그는 젊을 때부터 '준토(junto)'라는 모임을 주도하여 회원들과 논제들을 놓고 함께 토론하고 에세이를 써서 발표하며 서로 배움을 나눔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함께 발전해가도록 힘썼다.

한 번은 어느 외국 학자가 그의 이론을 반박하며 논쟁을 벌이려는데 그는 자신이 옳음을 입증하고자 애쓰는 대신 누가 하더라도 재실험을 해보면 결과가 밝혀질 것이니 "공무 시간 틈틈이 겨우 떼어내서 쓰는 내 시간을 이미 끝난 일로 논쟁하는 데 허비하느니 차라리 새로운 실험을 하나라도 더 해보는 게 낫다"며 내버려둔다. 추후 그의 이론이 옳음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그 결과보다 냉철하게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철저함과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들여 인생을 아끼는 지혜에 경탄하게 된다. 그는 또 겸손한 태도야말로 우리 삶을 아끼는 지혜임을 일깨워준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들은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것들인데,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의 반감을 사게 되면 결국 그의 마음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에 유익한 일을 도모할 때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그 계획을 '몇몇 친구들'의 공으로 돌리고 자신을 뒤로 감출 때 훨씬 더 반응이 좋더라는 경험담과 가르칠 때는 가르치지 않는 듯이 하고 상대가 모르는 것은 잊은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명언도 덧붙인다. 문제는 막상 갈등의 상황이나 흥분된 상태에서는 이런 지혜를 알아도 잘 발휘하지 못하고 시간도 말도 감정도 낭비해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가 자신이 추구하는 덕목들을 수첩에 표로 만들어 매일 점검한 데서 힌트를 얻고 싶다.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행복은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횡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는 작은 일들에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을 아끼는 위대한 작업도 작은 하루의 점검으로 실천해갔다. 그처럼 삶을 소중히 아끼고도 그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모든 것들을 하나님의 은혜로 돌렸다. 도움의 손길과 하나님 은혜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삶도 오늘 작은 점검으로 아껴가야겠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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