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총회의 대북인권 결의안에서 우리 정부는 기권했다. 남북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기권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충북 출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는 반 총장이 당선된 직후여서 찬성을 했다가 올해는 반 총장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이유로 기권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래서 기권은 더 좋지 않은 결정이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 20일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과 일본이 제출한 대북인권 결의안을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로 3년 연속 채택했다. 표결에 앞서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기권키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 등 산적한 문제가 많아 북한과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인권 결의안의 찬반을 좌우하는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써 기권이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문제에 대해 남북관계를 근거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한 대북인권 결의안은 다음달 본회의에서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대북인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92개 유엔 회원국들의 총의를 모은 것이어서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찬성한 뒤 유엔대사를 통해 정부 입장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결정이 궁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박덕훈 차석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주권 국가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유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면 결의안에는 남북정상회담 및 6자회담의 진전을 환영하고 이를 통해 북한이 인권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지난해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