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이 '예술의 전당' 건물 가까이에 있는 어떤 중년 신사가 점잖게 택시를 타고는 나직히 일렀다. "전설의 고향으로 갑시다." 살다보면 말이 자꾸 헛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틀린다는 사실도 모른다. 옆 사람이 못 알아들으면 그를 탓하게 되고 그가 틀렸다고 지적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고 되묻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해지면 상대방이 틀리게 얘기해도 알아듣는다. 연배가 신사와 엇비슷한 이 택시기사는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 쪽에 사시나 봐요." 제3자가 들으면 코미디 같은 이 이야기도 이들에겐 서로 전혀 웃지 않고 나눈 평상의 대화였던 것이다.



-살다보면 말이 헛나온다


결혼 초에 부부가 서로의 다른 점 때문에 갈등하고 싸울 때에는 상대가 단 한 마디라도 틀리게 얘기하면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물고 늘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아둥바둥 살다가 결혼생활 30년이 훌쩍 넘으면 이제는 서로가 틀리게 말을 하게 되며, 그 말이 틀린 줄도 모르고 위의 중년 신사와 택시 기사처럼 개그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키 큰 상수리나무 꼭대기에 서식하는 겨우살이를 보고 '하루살이가 그렇게 몸에 좋다면서?' 하고 물으니 '그렇다네. 끓는 물에 잘 우려내어 차처럼 마시면 암도 고친대.' 라고 대답한다. 겨우살이를 보고 하루살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세월 듣고 본 것이 있어서 이미 머릿속에 겨우살이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알아듣는 것이다. '여기 있는 그거 저기 좀 놔 줘.' 라고 할 때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대충은 알아듣는다.


-어깨동무하면 좋지 않은가


글자 하나만 틀려도 악을 쓰고 달려드는 이익단체들의 게거품을 보며 인간의 성악설을 본다. 붉은 머릿띠와 메가폰과 핏대를 보며 삶의 서글픔을 본다. 우리 인간은 따지고보면 다 비슷한 존재들 아닌가? 잘못 말할 수 있고 잘못 알아들을 수도 있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자꾸 틀리고 넘어지지 않던가? 고쳐주고 일으켜주고 어깨동무하며 가면 좋지 않은가? 나이 50 넘으면 아무리 잘난 사람이어도 쭈끌쭈글해지기는 마찬가지고, 60세가 넘으면 아무리 많이 배워도 자꾸 깜빡거리기는 마찬가지이며, 70세가 넘어가면 아무리 건강해도 무릎팍 쑤시기는 마찬가지라는데, 그렇지 아니한가?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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