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티켓 한 장이 걸린 제2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가 26일부터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시작됐다.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약체로 평가받는 홍콩,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등 4개국이 예선리그를 치러 1위팀을 결정하고 여기서 우승한 팀은 한국, 대만, 일본과 12월1일부터 3일까지 본선 격인 결선리그를 벌인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팀에만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여덟 나라가 격돌하는 올림픽 본선에서 아시아 쿼터는 두 장이었으나 개최국 중국이 자동출전하면서 올해는 한 장으로 줄었다.

아시아예선에서 2,3위에 머문 팀은 내년 3월7일부터 1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출전해 다시 한번 올림픽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대륙별 플레이오프는 각 대륙 2~3위팀 8개국이 맞붙고 상위 세 팀에 본선 티켓을 준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진출에 도전한다.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2004 아테네 올림픽 때는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탈락, 내년 베이징 무대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기에 본선에 오르기 위한 한국, 일본, 대만 각 국의 자존심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1954년 창설돼 1983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최강을 자부해 온 일본이 15회로 가장 많이 우승했고 한국이 7회, 대만이 4회, 필리핀이 1회 정상에 올랐다. 1983년과 1989년에는 한국, 일본, 대만이 공동 우승을 차지했었다.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예선전을 겸해 1999년 서울에서 열렸던 20회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선다.

◇삿포로.도하 악몽을 떨쳐라
2003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렸던 22회 대회는 한국 야구사에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토종 최강 멤버로 구성됐지만 대만(4-5), 일본(0-2)에 잇달아 패해 아테네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두 나라에 내줬다.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의 감격을 2회 연속 이어가려 했지만 대만에는 작전실패, 일본에는 기량 차로 무릎을 꿇으면서 한국 야구 암흑기를 초래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만을 예선에서 제압한 뒤 일본을 예선과 본선에서 두 차례나 물리쳐 실추된 명예를 잠시 회복하기도 했지만 연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대만(2-4), 일본(7-10)에 주저 앉으면서 변방국으로 밀려났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대만은 물론 사회인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마저 패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대표팀은 끝으로 추락한 한국 야구를 되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나선다.

본선 티켓이 한 장 밖에 없고 적지 대만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지만 기필코 본선행을 확정짓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한국 야구가 대만에 밀린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본과는 힘겨운 대결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본선행 티켓을 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기동력을 살린 '발야구'로 구 고개를 넘겠다는 심산이다.

◇1997년 '그 영광 다시 한 번'
한국은 1997년 대만에서 열린 19회 대회 때 일본과 대만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주역이 현 대표팀 4번 타자 김동주(전 두산)와 조인성(lg)이었다.

김동주는 대만과 예선에서 연타석 대포를 터뜨리는 등 공격을 주도했고 13-9 승리를 이끌었다. 역시 대만과 4강(8-7)에서도 결정적인 3점포를 작렬시키며 솔로포로 힘을 보탠 조인성과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았다.

김동주는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현 일본 대표팀 마무리 투수로 거론되는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3회 투런포, 5회 솔로 아치 등 연타석 대포로 8-7 승리를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당시 대만 멤버 중에는 지금 대만의 4번 주포 첸진펑도 끼어 있었고 이들은 아마추어 스타에서 각 국 프로야구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동주, 조인성이 우에하라, 첸진펑 등과 벌일 자존심 경쟁에서 10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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