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人材像)이 있다. 한때는 '한일(一)자 형 인재'가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전문성은 없더라도 폭넓은 관심과 풍부한 상식을 가진 이(generalist)를 '다재다능한 인재'라며 찾던 시대. 산업화 이전, 무지한 국민들을 계도하던 공무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요구되던 소양이었다. 그 후 산업화 시대로 들면서 'I자형 인재'가 떠오른다. 특정 분야의 기술로 고수(高手)의 경지에 오른 마이스터(Meister) 형 전문인. 박식하진 않더라도 어떤 것 하나만큼은 통달한 이(specialist)가 그 유형이다.

특정 분야에 관한 천착은 대개 몰입형 대가(大家)가 이뤄낸다. 우리 옛 장인(匠人)들도 신분은 낮았지만 전문성만큼은 톡톡히 대접받았다. 산업화와 함께 기술 인력의 수요가 늘면서 '한 가지 재주만 있어도 굶어죽진 않는다' 하여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회자되었다. 그러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차츰 'I자형 인재'의 한계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정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다른 분야를 너무 모르는 문외한(門外漢)이면 그 전문성이 악용당해도 모를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I자형' 전문성에 '一자형' 자질까지 함께 갖춘 인재를 찾는다. 그것이 바로 'T자형 인재'다.

기업들의 입사전형에 일반상식시험이 추가된 것도 그때부터다. 그 후 정보화 시대로 들면서 기업들은 다시 'V자형 인재'를 찾게 된다. 이것은 T자형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훨씬 용량이 큰 유형이다. 한 우물을 파서 이룬 I자형의 한계는 폭이 좁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분야가 좁고 세세할수록 깊이 들어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뾰족한 송곳으로 파들어 간다고 해야 그 깊이는 빤하지 않는가. 그래서 한 우물을 파더라도 '깊이' 파려면 처음부터 '넓게' 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에 이른 것이다. 그처럼 '처음부터 넓게 시작해 차차 관심 분야의 천착 정도가 깊어진' 유형, 그게 바로 V자형이다.그러면 '미래형 인재상'은 어떨까.

요즘 미래의 인재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O자형 인재'다. 통섭형~융합형이라 불리는 유형이다. 통섭과 융합은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망하는 21C의 시대정신이오 미래사회의 핵심 키워드다. 복잡다단한 미래사회의 과제들 앞에 학문의 경계는 있을 수 없다. 하여 앞서 가는 대학들은 이미 학문의 경계를 허문 통섭~융합교육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통섭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다. 이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maestro) 같은 유형이다. 마에스트로는 곡에 대한 해석은 물론 모든 악기들의 특성과 연주자들의 심리까지 꿰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 외에 '인재 양성'의 역할이 있다고 할 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인재상의 변천은 유념해 살펴 볼 흐름이다.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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