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대학교는 예술대학 회화학과가 평가에서 3연속 E 등급을 받았으므로 자동 폐과된다고 발표했다. 즉시 재학생과 동문들이 '피카소가 취업했냐?'라는 희극적 구호로 청주대학교의 교육이념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청주대는 폐과를 유보하는 한편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은폐하는 것이면서 본질을 호도하는 일시적 방편이다. 왜냐하면 청주대가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는 한, 기초예술과 순수학문의 폐과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평가척도라면 회화학과는 최하등급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영논리와 효율성에 포박(捕縛)된 청주대 경영진의 해명이 필요하다. 대체 누가 그런 발상을 하고 누가 그런 실행을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기초예술과 순수학문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자본의 기준으로 학과를 평가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탄압이고 학문에 대한 능멸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학에 있는 한 청주대는 한수 이남 최고의 사학이라는 명예는 추락할 것이고, 중부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 목표는 허구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모든 학문의 토대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철학과를 폐과한 사례 때문이다. 수년 전 청주대는 철학과를 문화철학과로 변경한 다음 2008년에 폐과했다. 외람되지만 김윤배 총장께서는 대학이 회사가 아니므로 대학에 경영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또한 1924년 청암 김원근, 석정 김영근 두 설립자께서 가졌던 교육입국의 원대한 포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이 지켜야 할 원칙·철학·방법, 방향 등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결론을 말하면, 김 총장께서는 다시 철학과를 개설하고 순수학문을 진흥하며 회화학과와 기초예술의 진흥에 재정과 제도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시라. 전국 최상위인 수천억 적립금은 바로 이런 때, 기초예술과 순수학문에 투자하기 위해서 적립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태를 통한 진정한 반성이 건학이념인 교육구국이자 민족문화의 창달과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전통의 명문사학 청주대가 실용을 내세워 전문대학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예술계는 절망을 넘어서 질풍노도의 분노가 일었다.

특히 중소규모 대학과 달리 전통에 빛나는 명문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므로 김 총장께서 회화학과를 포함한 기초예술과 순수학문 진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하의 두 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대성학원에 일시적 고난이 있다고 해도 희망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전통의 명문 청주대학교는 오늘의 역경을 넘어서 '장풍파랑회유시(長風破浪會有時·거센 바람 거친 물결 가를 그 때가 오면), 직괘운범제창해(直掛雲帆濟滄海,·구름 같은 돛을 달고 푸른 바다 헤쳐가리라).'



/김승환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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