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모든 학문의 토대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철학과를 폐과한 사례 때문이다. 수년 전 청주대는 철학과를 문화철학과로 변경한 다음 2008년에 폐과했다. 외람되지만 김윤배 총장께서는 대학이 회사가 아니므로 대학에 경영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또한 1924년 청암 김원근, 석정 김영근 두 설립자께서 가졌던 교육입국의 원대한 포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이 지켜야 할 원칙·철학·방법, 방향 등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결론을 말하면, 김 총장께서는 다시 철학과를 개설하고 순수학문을 진흥하며 회화학과와 기초예술의 진흥에 재정과 제도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시라. 전국 최상위인 수천억 적립금은 바로 이런 때, 기초예술과 순수학문에 투자하기 위해서 적립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태를 통한 진정한 반성이 건학이념인 교육구국이자 민족문화의 창달과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전통의 명문사학 청주대가 실용을 내세워 전문대학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예술계는 절망을 넘어서 질풍노도의 분노가 일었다.
특히 중소규모 대학과 달리 전통에 빛나는 명문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므로 김 총장께서 회화학과를 포함한 기초예술과 순수학문 진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하의 두 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대성학원에 일시적 고난이 있다고 해도 희망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전통의 명문 청주대학교는 오늘의 역경을 넘어서 '장풍파랑회유시(長風破浪會有時·거센 바람 거친 물결 가를 그 때가 오면), 직괘운범제창해(直掛雲帆濟滄海,·구름 같은 돛을 달고 푸른 바다 헤쳐가리라).'
/김승환 충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