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좀 낮아요! 올릴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높이 올려 주세요!"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헤이리 야외 세트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윤철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특수촬영용 크레인이 공중으로 높이 올라간다. 크레인과 연결된 와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배우 황정민과 전지현의 몸도 그에 따라 지상에서 10m 높이까지 올라간다.

이곳은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제작 cj엔터테인먼트)의 촬영장. 이번에는 주인공인 슈퍼맨(황정민)과 휴먼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전지현)이 함께 하늘을 날다 슈퍼맨의 정원으로 내려오게 되는 장면을 찍고 있다.

배경인 하늘과 정원의 모습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해야 하기 때문에 두 배우가 발을 딛고 선 야외 무대와 뒤쪽 벽에는 아무것도 없이 블루스크린만 설치돼 있다.

이 영화는 감동스럽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가식적인 프로그램을 찍는 데 신물이 난 차가운 성격의 송수정이 자신을 초능력 잃은 슈퍼맨이라고 믿고 주위 사람들을 돕는 데 여념이 없는 남자를 만나 취재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보통의 영화 촬영 현장 공개에서는 30~40명의 취재진이 찾아오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80여 명이나 몰려와 '데이지' 이후 모처럼 국내영화에 출연하는 전지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정 감독은 와이어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두 배우를 향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슈퍼맨은 내려올 때 한쪽 다리를 올려 주고 수정이는 좀 더 슈퍼맨에게 가까이 매달려 주세요"라고 외친다.

두 팔로 서로를 감싸안은 두 배우는 공중에서 감독의 주문대로 몸을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무대까지 내려온다. 전지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황정민은 뿌듯한 표정이고 하늘을 날아 본 전지현은 놀라면서도 신나는 얼굴이다. 이들은 이어 발을 사뿐히 파란색 무대 위로 딛고나서 서로를 다정히 바라본다.

이날 두 배우는 본 촬영에 앞선 테스트로만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공중을 10차례 가량 오르내렸고 처음엔 약간 긴장했던 둘의 표정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졌다.

이 작품의 원작 '어느날 갑자기'를 쓴 유일한 cj엔터테인먼트 제작팀장은 현장에서 "'다 같이 착하게 살자'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라 영화로 만들어질 줄 몰랐다"며 "이 영화에서는 이제까지 cf 등을 통해 봐 온 것과는 다른 전지현 씨의 소탈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 감독은 촬영현장 공개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와이어 촬영이 힘든데 배우들이 감정까지 잡으며 연기하느라 고생했다"며 "이 영화는 자신에 대한 믿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내달 촬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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