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처한 우리의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이고 대개는 이러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나 하나쯤이야 약간 놀고 즐기면서 가진 돈 조금 뿌린다고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하는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의 치료하기 힘든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통 받는 오늘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모든 생산업체와 중소기업들이 제자리를 찾아 쉴 틈 없이 돌아가야 하고 또한 우리 모두의 낡은 정신상태도 고쳐야 한다.

오늘과 같이 앞 다투어 놀고 즐기면서 대충대충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힘겨운 숙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오늘의 관행을 계속 방치하게 된다면 임진왜란이나 6∙25 동란으로 겪어야 했던 지난날의 고통을 버금가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잘못 길들여진 나들이 문화 때문에 심각한 교통난에 봉착(逢着)하고 있다. 나들이를 즐기려는 차량홍수로 인해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많은 시간을 도로위에서 낮잠을 자야하는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물류유통이나 경제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놀이 문화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과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처럼 먹고 놀자 판국이 되어도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한국인, 풍요로운 한국인, 본받아야 될 한국인으로 우러러 보겠는가! 우리 민족이 살아온 변천과정을 보면 지금처럼 흥청망청 즐기면서 허송세월을 보내어 온 대책 없는 과거 어떤 기록이나 어느 페이지에서도 찾아 볼 수 없고 언제나 근면, 성실하였고 부모와 윗사람을 공경하고 힘든 난관도 스스로 극복하는 우수한 민족으로 기록되어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후손들에게 물려 줄 별다른 재산이 없다. 빚도 재산이라면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외채(外債)뿐이다. 이러한 우리의 생활모습을 후손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거룩한 업적(業績)으로 기록 되겠는가!

지난날의 우리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지금과 같은 놀이문화가 이토록 화려하게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고 기껏해야 연중행사로 사월초파일이나 오월단오절쯤 되어야 도시락을 허리춤에 묶어서 가까운 계곡이나 고당(古堂)같은 곳을 찾아 그것도 순수한 보행(步行)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저런 고난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게 되는 건강하고 검소한 나들이였지 지금처럼 소비적인 놀이문화는 아니었다.

단단한 땅에 물 고인다고 나와 나라가 잘 사는 길은 새롭게 잘 다져지는 길 밖에 없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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