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6년 … 1심서 손해액 7341억 판결
청구액 4조 2271억원에 턱없이 못미쳐
주민고통 갈수록 증폭 … 책임조치 시급

[대담=충남본사 김준기기자]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지난 2007년 12월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6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서해의 검은 기름띠는 걷혔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6년 전 당시 1만2547㎘로 추정되는 원유가 태안 앞 바다에 쏟아지면서 서해안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바다를 생업으로 삼던 인근 어민들은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검은 절망의 바다에서 기적의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130만 자원봉사들의 손길이 줄을 이으면서 희망이 솟기 시작하자 세계는 또 한 번 놀라워했다.

그렇게 기적처럼 다시 태어나고 있는 태안 앞바다.하지만 6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충남 서산·태안 주민들은 고통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과 정부의 미온적인 입장으로 아직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피해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범 정부 차원에서 피해보상 등의 문제 해결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완영 허베이 스피리트호(서산·태안)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 비서관(사진)을 만나 서해의 아픔을 치유할 해법을 들어봤다.
▲ 김완영 허베이 스피리트호(서산·태안)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 비서관. ©편집부
△ 서산·태안 유류피해 보상에 대한 현재 진행 과정은.
-서해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가 일어난 지 6년이 지난 1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및 국회·정부 모두가 충남 태안군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법정으로 갈 것 없이 하루빨리 태안의 눈물, 아니 피눈물을 닦아줬어야 했는데 결국 법정까지 갔고 그 것도 이제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 판결은 피해 주민들의 생각은 물론 일반적인 상식 및 원칙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법원이 인정한 7341억 원 규모의 손해액은 주민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청구한 4조2271억 원의 18%에 불과하다.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지난 6년간의 고통과 피해 입은 현실을 메마른 법적 조문으로만 판단한 것 아닌가 한다.하루하루가 아쉽고 힘든 피해 주민들로서는 기막히고 속이 터질 일이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지루하고도 지루한 소송이 계속되겠지만 국회 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에서는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적극 수렴해 보다 더 현실적인 피해 대책을 보완하는 한편 실무적인 차원에서 관련 사항을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의 책임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근본 책임이 삼성중공업에 있다는 사실은 태안군의 세 살 먹은 어린이도 다 아는 일 아닌가.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나타났듯이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은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상식으로는 좀체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무엇보다 사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선주사, 보상기금 그리고 정부가 진다고 돼 있다. 손해액이 확정될 경우 배상 한도를 초과하는 수천억 원은 결국 정부, 즉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사고는 기업이 내고 수습은 국민이 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법의 논리 이전에 윤리와 순리라는 것이 있다. 삼성이 태안군민들에 대해 윤리와 순리에 따라 진정어린 사과와 현실적인 보상에 나설 때, 삼성 스스로가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이행하는 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할 것이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 브랜드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싶고, 또 그렇게 해주기를 염원한다.

△ 피해보상액의 일부 선지급은 가능한가.
-정부는 그동안 손해액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보상기금이나 법원의 보상기준이 나오면 보상을 먼저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아 네월아 미루면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강산이 절반이나 바뀌는 시간이 흘러서야 첫 판결이 나왔고, 최종(대법)판결이 얼마나 더 걸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현재 피해 배상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삶은 더 황폐해지고, 갖가지 후유증과 늘어나는 빚(대부금과 대지급금)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 국회특위에서는 선 보상 원칙에 따라 우선적으로 정부가 약속한 정도라도 하루빨리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 서해 기름유출사고와 유사 사례는?
-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사고가 3년 전 일어났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2010년 4월 일어난 멕시코만 유정 폭발사고에 책임을 지고 환경복구에 140억 달러, 개인과 기관 등에 9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게다가 앞으로도 문제가 발견될 경우 최대 200억 달러 이상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사실 이런 강력한 조치를 이끌어낸 것은 미국 정부의 대응이라고 한다. 그러한 반면 우리 정부와 삼성의 대응은 아쉽고 씁쓸하다.
오히려 정부가 삼성의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분리해서 뾰족한 수가 없다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국회가 나름 의욕적으로 특위활동을 펼치는데 손뼉이 맞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국회의 역할은.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국회가 나서 피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특별법 제정부터 개정까지 계속 재촉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는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국회도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사고를 낸 기업이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환경오염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오염자 복구 및 배상 원칙이다. 사고를 유발하거나 원인을 제공한 기업이 원칙적으로 복구와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고를 내고도 수습에 미적거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입찰 규제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정책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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