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라고 하면 흔히들 공장에서 커다란 기계에 끼이거나 감김, 혹은 건설현장과 같은 곳에서의 추락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끼임 혹은 추락도 가장 자주 발생하는 유형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도 산업재해율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재해자가 9만2256명 발생하고 이 중 1864명이 사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4.4%)', '서비스업(31.6%)', '건설업(25.3%)' 순으로 발생했고 형태는 '넘어짐(17%)', '끼임(16.6%)', '떨어짐(15.5%)' 순이다. 특히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서비스업종이 두 번째로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제조업과도 큰 차이 없다는 점과 '넘어짐'이 가장 빈발하는 유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비스업 재해 중 넘어짐 사고 절반이 식당, 학원, 병원 등에서 발생하며 증가 추세다. 원인을 보면 겨울 한파와 폭설로 인한 눈길, 빙판과 같은 계절적 요인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및 청년 실업 증가에 따라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서비스업종 창업 증가로 인한 사업장·근로자 수 증가가 있지만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넘어짐을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하는 경미한 사고로 인식해 위험요소를 방치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우연한 사고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서비스업 넘어짐 사고의 대부분이 건물바닥 및 통로 청소 중 사용되는 미끄러운 작업재료, 화장실 및 조리실처럼 물을 많이 쓰는 작업장 바닥, 통행로 정리정돈 미비로 인한 장애물, 계단에서의 미끄러짐이나 헛디딤 때문에 발생하지만 이런 불안전한 환경을 사업주나 근로자들이 방치하면서 언제든지 재해가 일어날 환경을 만듦은 물론 몇 번이고 다시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중요한 점은 서비스 현장의 넘어짐 재해가 단순히 넘어짐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딱딱하고 각진 기둥이나 뜨거운 기름 등 주변에 위험요소가 있고 종사자들의 연령이 높으면 사고 이상의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위험 불감증'을 없애야 한다.

넘어짐은 무엇보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주의와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첫째, 물건을 들고 운반할 때 시야를 확보하고 작업장 주변과 통행로를 수시로 정리정돈한다. 둘째, 사업주는 바닥의 미끄러운 물질·물기 등을 제거하고 근로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안전화를 착용한다. 셋째, 결빙 지역 등엔 안내표시판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계단엔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붙인다. 이 외에도 근로자들은 내 몸을 지키는 것이 곧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등한시하면 기업경영을 잘 할 수 없다. 토적성산(土積成山 :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이라는 말처럼 주변의 작은 것부터 실행한다면 안전한 일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이상근 안전보건공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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