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장기간 유행하는 메시지 표현의 기술이 유머에 바탕을 두는 것도 그렇고 위협적인 소구이건, 설명적이건, 생활 속 이야기로 풀어가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수한 광고메시지의 기저에는 항시 휴머니티라고 하는 기본 콘셉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또렷이 남아있는 강력한 광고메시지를 소개하자면, 해외에서 시행된 헌혈 광고 캠페인 하나가 있다. 통상 헌혈 캠페인 광고의 공통된 주요 메시지는 수술 현장에 늘 피가 모자라서 우리 모두 솔선수범하여 헌혈을 해야 됩니다라는, 다소 교과서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지금 헌혈해 두시면 바로 당신이 위급할 때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는 다소 유치한 것들도 남아 있다. 그에 반해 하나의 충격을 준 그 광고메시지는 이렇다. "위험에 빠진 환자는 당신이 수행한 헌혈이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소중한 선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작된다. 요란한 사진이나 그림도 없고 그리 길지 않은 본문으로 계속되는 이 메시지는 헌혈받는 환자의 입장으로 진솔하게 전개되는데, 무조건적인 인간애 또는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명작으로 남아있다. 최근 인기순위를 다투는 음료수·드링크 류 광고 두 편도 뜯어보면 공통적인 요소가 작동하는 것이 보인다. 좋은 아이디어의 광고메시지는 보자마자 어떤 형태이든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드링크 류의 한 광고메시지는 말썽꾸러기 손자를 맞는 한 노부부의 생활을 이야기로 꾸민 것인데, 늘 본 것이지만 같이 보는 순간 소리내어 웃거나 한 마디씩 거드는 반응을 보여준다. 개인화되고 분중화되는 현재에 젊은이들이 보이는 이런 반응이 한편 놀랍기도 하다. 이 역시 기저에 흐르는 그 무엇을 필자는 인간애, 즉 현대인들이 목말라하는 휴머니티로 파악하고 싶다. 얼마전 문제가 됐던 한 기업과 대리점주 간 소음도 바로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는 것이며 윤창중 사건, 조세피난처 사건, 국정원 댓글사건 등 모든 것들이 보통 사람들 상식을 넘어서 분노마저 일으키는, 휴머니티를 거스르는 사건들로 간주된다. 언제쯤이나 우리는 감동 주는 메시지를 광고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들을 수 있을까.
/정창준 청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