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지난 4월 25일 서울롯데호텔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를 모시고 그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필자도 진행요원으로 참가했다.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이국땅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공식 만찬장에서 옆자리에 앉으셨던 분은 20대 초반에 가평전투에 참전했고, 그 때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름도 잘 모르는 땅에 와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 중 누군가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고, 누군가는 평생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으며, 누군가는 6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자신이 목숨을 바쳐 희생했던 이 땅을 밟았다. 생존자로서 다시 온 감회는 과연 어땠을까? UN군의 일원으로 헐벗고 굶주렸으며 먹을 것을 달라고 손 벌리는 아이들이 있던 이 땅을 다시 밟을 줄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언론 매체가 워낙 발달해 이미 한국의 다양한 소식을 접했지만, 한강의 기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 뭉클해 하시며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우리나라를 원조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의 희생과 공헌, 그 희생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을 보면서 그분들에게 가슴 뭉클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올해는 정전 60주년이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이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을 대표한 미군과 북한군, 중공군 총사령관이 정전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1129일 동안 지속된 전쟁이 정전상태로 들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 정전협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1953년 7월 27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무엇을 기리는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잠시 멈추자는 약속일 뿐 종전이 아니다. 한반도는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준 전시상태다. 휴전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6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북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2002년 제2 연평해전으로 이 땅의 소중한 아들 6명이 전사했고 2010년에도 기습적 어뢰공격으로 천안함 46용사가 희생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연평도를 포격해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그리고 일반인들이 희생됐다. 북한의 그칠 줄 모르는 핵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계속적인 도발이 있는 이러한 한반도의 안보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전사자의 피와 남은 자의 눈물로 얻어진 것임을 알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바로 이런 마음이 나라사랑의 첫 발이다. 올해는 사진 전시회, 마라톤, 콘서트, 자전거 대회 등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열린다. 참전한 모든 이들의 희생과 공헌에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번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나라 사랑 실천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길 바란다.



/박정국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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