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장마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지난 18일 아침, 청원군 대청호에 인접한 작은 중학교 정문 앞 도로에 경찰관·학부모·지역 기관장 등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우산을 받쳐 든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 이 학교 학부모 대표로부터 학교 앞 도로 구조와 안전 표지판 위치 등의 문제로 학생들의 등·하교 교통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현장을 방문해보니 학교 앞 도로가 이상 급경사로 인해 댐에서 청주 방면으로 달리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 학교안내 표지판까지 불합리하게 위치해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이 지역은 청남대·대청댐 관광으로 인해 승용차는 물론 대형버스 등 차량 통행이 잦은데 아무 표시가 없어 차량들이 마구 질주, 매우 위험한 도로임을 알 수 있었다. 궁리 끝에 관할 청남경찰서 경비교통과 담당자에게 정중히 문제점 해결 절차를 문의하고 협조를 구했다. 며칠 후 담당자로부터 즉시 함께 현장을 방문, 파악해보자는 전화를 받았다.

약속 당일 때마침 이른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학교 앞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청남서 소속 경비교통과장 신영민 경정을 비롯해 최병우 교통관리계장과 한상헌 시설담당, 연제명 정보관과 도로교통공단 정용일 연구관 등 도로교통안전 관련 담당자와 전문가는 물론 문의파출소장·문의면장 등 지역 기관장과 이 학교 김남례 학부모회장을 비롯한 학부모, 학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학교 측이 현황을 설명하고 참석한 이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맡아서 할 일 등을 얘기하며 1차 추진 상황을 봐서 일을 마무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외의 소규모 중학교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 점검에 담당 경찰서 부서 직원, 도로교통 전문기관 등 교통안전시설 관계자들과 지역 유관 기관장 등이 한 자리에 모두 모여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처리를 위해 관심을 보이고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을 집행하고 사회적 약자나 서민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 경찰의 역할은 대략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교외의 작은 시골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까지 방지해 도로를 안전하고 원활한 소통의 장소로 만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의 역할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범죄 예방과 진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 국민의 위험과 장해 방지·제거로 대표되는 경찰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은 본연의 역할이기 이전에 당연한 사명임을 깨닫고 작은 일에도 매우 바쁜 아침시간을 마다 않고 현장에서 함께 한 청남경찰서 관계관들의 아름다운 모습, 이런 진정한 민생경찰의 참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하재성 충북도의회 교육의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