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을 출발해 '정부세종청사' 안내판을 따라 차를 달린다. 언제 개설된 도로인지 지방도 604라고 안내돼 있다. 날씨도 무더워 축구장 62개 넓이로 전국 최대 규모를 마크한 '세종호수공원'을 찾아갔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잰걸음으로 달려가니 평화롭게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무엇보다 672명 수용가능한 수상무대섬을 호수 중앙에 설치해 멀리 산을 배경으로 공연을 열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 백미다. 무대섬은 조약돌을 형상화한 둥근 돔형으로, 야간에는 갖가지 조명이 빛을 발해 호수공원이 세종시의 랜드마크로 자리하는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물은 맑고 꼬마들이 이곳저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니 은근 부러움이 고개를 든다. 대전·공주에서 놀러온 사람이 대부분이고 청주 사람들은 의외로 관심이 적은 편이란다. 그런데 정작 내가 놀란 것은 정부세종청사의 거대한 위용이다.

몇 동의 건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보면 용이 힘차게 날아가는 형상으로 각 기관이 배치되고, 기관 사이에는 두 개의 구름다리를 놓아 하나의 성처럼 연결해 그 총길이가 이십리가 넘는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기획이다. 5층 지붕도 일직선이 아니고 곡선으로 물결을 이루며 옥상을 모두 정원으로 꾸며 공무원들이 체력단련과 감성나들이를 할 정도라 하니 '우리나라 대단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흐뭇함을 감출 길 없었다. 갑작스러운 북의 도발에 미국을 비롯한 20개국의 전투·의료지원을 받아야했던 6·25. 그 폐허의 잿더미에서 당당히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1991년부터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돌아섰고 더욱 바람직한 것은 국가 주도를 넘어 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세계 여러 곳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람의 딸' 한비야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 세계의 가난한 오지에 땀방울을 건네줬고 지금도 세계시민학교 교장으로 온 몸을 던져 도움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라며. 충북도교육청도 남미 중부 파라과이의 교육선진화를 위해 MOU를 체결하고 교육기자재 지원은 물론 교원 교육정보화 연수를 지난해부터 진행해주고 있다. 그 결과 파라과이 국립교원종합대학교에 한국어교육과가 개설됐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이기용 교육감이 파라과이 정부로부터 '돈호세팔톤(Don Jose Falcon)' 국가훈장을 받았다.

세종호수공원 옆으로 책을 편 모양의 '국립세종도서관'이 10월 쯤 문을 열면 우리 충북 학생들도 많이 이용해야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민간 외교관이 돼 세계 속에 한국을 심고 가꾸어갈 때다. 6·25 발발 63주년을 맞는 오늘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내 나라를 위해 강가의 돌에 꽃핀 이 땅의 선열과 멈춤없이 꽃을 피워내려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이다.



/박종순 회인초 교감·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