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됐다. 작년과 달리 초등학교는 제외됐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시험과목을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으로 축소했다. 매년 6월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최근 연일 지속되는 폭염만큼이나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측에서는 종전대로 표집조사를 통해 몇몇 학교를 선정, 평가를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교원 성과급 차등 지급, 인사 불이익 등 차별적 혜택을 조장한다고 봤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조사로 시행됐던 2008년 이전에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제형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선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다양한 학력향상프로그램을 제공,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의욕과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따지는데 있지 않다. 다만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 방법론적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가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목적은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 학생 개개인 및 단위학교의 학업 성취수준 파악, 교육과정 개선 및 행·재정적 지원 기초자료로 활용' 등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교육적 성과 중심의 결과론에 치중하고 있음이 쉽게 드러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노력에 비해 교육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공부 방법에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결과만 중시하는 평가에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실재 세계에서의 존재나 사건에는 반드시 그것을 발생시키는 과정·원인·근거가 있다. 우리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과 중심의 평가에 치중하기 보다 과정·원인·근거에 비중을 높이는 방법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결과론적 평가만 강조해 지식 주입식 교육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밥상을 잡고 걸음마를 배운 기성세대와 컴퓨터를 잡고 걸음마를 배운 학생들과의 세대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세대의 학생들에게는 지식보다 지혜를 발견하는 방법이 더 필요하다. 진정한 교육이란 빼낸다는 의미와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내포, 학생들 내부에 침전된 지혜를 끌어 올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산파술로 미숙한 상태의 젊은이들을 성숙하게 개발시키고자 했다. 산파술은 화자와 청자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이 갖고 있는 진리에 대한 지식을 좀 더 명확히 정리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는 젊은이들과 끊임 없이 대화하며 스스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다. 21세기에는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보다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를 교육시켜야 한다. 그럴때 그들은 스스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익히고 맘껏 바다를 즐기며 새로운 잠수함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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