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자 무심천 제방과 수변 도로가 풀에 점령 당했다. 갈대와 물억새는 수변 가를 차지하고 보행도로 쪽에는 살갈퀴가 극성스러울 정도로 자라더니 이제는 종자를 담은 까만 꼬투리를 매달고 맥없이 늘어져 있다. 농부로부터 천대 받는 망초는 계란꽃을 피웠다가 반쯤 시들었다. 관상용으로 심다가 이제는 야생화가 돼버린 금계국과 그 틈에서 자란 유럽 원산 붉은 토끼풀은 시민을 위해 조성된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까지 넘보다가 얼마 전 삭발을 당하고 말았다. 이른 봄부터 무심천을 거닐며 찾는 풀 하나가 있다. 그러나 몇 달을 두고 찾아봐도 수년 전에는 잘 자라고 있던 곰보배추는 단 한 포기도 보이질 않아 이제는 찾기를 포기했다. 이 식물은 논두렁이나 강가, 저수지나 호수, 개울가 등 습한 곳에서 자라며 기관지·호흡기 질환의 명약으로서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식물이다. 1~5월 채취하며 5~7월 사이에 꽃이 피고 9~10월 파종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무심천 언저리에서 이 식물을 흔하게 만나 여러 달 앓고 있던 알레르기 천식이 치료됐고 그 이후 가족 건강을 위해 애용하는 식물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샅샅이 찾아봐도 단 한 포기 보이지를 않으니 그동안 논란이 돼오던 무심천 생태계 변화가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청주시는 2002∼2007년 무심천 자연형 하천 조성을 추진하면서 15만㎡에 미관을 위해 2005년부터 무심천 둔치에 물억새와 갈대를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기 좋으라고 심어놓고선 매년 봄이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썩은 줄기가 땅 위에 계속 쌓이고 여름에는 빗물이 넘쳐 흙탕물이 그 위를 덮기 때문에 한 군데 뒤섞인 줄기와 흙이 단단하게 마르면서 뿌리가 땅 속의 수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제초 이유다. 또 이것을 베지 않으면 외래식물이나 유해식물이 무분별하게 자라 번식하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자연 친화적 생태 하천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일까.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해본다. 애초에 물억새, 갈대를 심지 않았으면 이것을 거름으로 자라는 환경파괴식물인 가시박·돼지풀 등 외랠유해식물이 번식하는 조건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유익한 식물이 애매하게 멸종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한참 꽃을 피울 무렵 유익한 식물이 난도질 당하니 그나마 씨조차 맺지 못한 채 결국 곰보배추는 무심천 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식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시의 담당 부서는 오히려 시민을 위해 부지런히 외래식물을 제거하고 쓰레기도 열심히 거둬가고 있다며 좋아해 주고 칭찬해줘야 한단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생태계는 내버려두면 스스로 복원력이 생기고 안정된다고 주장한다.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을 위해 매년 많은 예산을 쓰고 토종식물을 멸종시키는 것이 시민을 위한 무심천 환경 정비인가. 이것이 자연 친화적 생태 하천이며 시민을 진정 위하는 길일까. 유익한 토종식물이 사라진 빈 수변 가를 바라보며 자연과 개발의 조화에 대한 상념이 많아진다.



/한옥자 청주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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