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라는 공간 안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매우 협소한 물리적 조건 때문에 하찮은 이야기나 주제라도 밀도있게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요지음 현정부가 하는 걸 보면 과거 이명박 정권과는 아마도 선을 분명히 긋고 갈려는 것 아니야. 글쎄 말이야 워낙에 엉터리 짓을 많이 해놔서 말이지. 도대체 해 놓은게 뭔지 생각도 안나지 뭐야. 에이 그래도 경제 하나 만큼은 잘 이끈 거야. 세계경제가 그 어려움에 빠졌어도 우리나라는 잘 헤쳐온거잖아. 허 이양반이 어느 나라 이야기 하는 건가. 뭐 시방 우리가 잘살고 있기라도 하는 듯이 이야기 하네. 좁은 승용차 공간이 금방 서늘한 침묵으로 빠진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간신히 분위기라도 수습하려는 말이 침묵을 깨뜨린다. 여기 일대가 박달동이야. 옛날에 박달나무가 많았나. 정겨운 이름이야. 그런데 그 말죽거리란 지명이 없어진 거 알아. 촌스럽다고 없애버린 거지. 그 양재로란 이름으로 바뀐거지. 조선 수백년 동안 얽힌 역사적 스토리를 송두리째 갖다 버린거지 하루아침에. 양재가 뭐야. 양재. 다를 양잿물을 먹어 뿌릿나. 이즈음 되니 거의 대화가 끊긴다. 다들 화가 나있다. 분노가 일상화 되어있다. 이제 확장하여 되돌아 보면 이미 분노하는 사회에 대한 논의가 사회문제에 대한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한 텔레비전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화가난다는 반복적인 말로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코너가 있는데 이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분노하는 사회현상은 건강하지 못한 병적 징후로서의 한 단면임에 틀림없다. 경기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원에 의하면 순간적 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우발적 범죄가 2012년 한국 5대 범죄인 살인 등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이며, 또 이것은 사회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1977년 이후로 범죄율과 소득 불균형간 정의 상관성을 보이고 있어 분노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된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잇슈들에서 공통된 근저에는 분노를 드러내는 불공정함의 요소에 대한 표출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불공정에 반기를 드는 사회를 위해 기업은 그동안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탈규제와 시장논리에 의해 지속적 성장을 해온 만큼 그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기업이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면 결국 사회 전체 비용으로 되돌아 올 것이며, 사회에 기반을 둔 기업에로 향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신뢰에 기반한 정책기조를 최우선하는 정부는 반등하는 분노사회의 병리현상 치유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며, 정책수행에서도 최우선적 과제로 삼는 것이 실질적 민생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창준 청주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