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문턱에서
조별 첫 경기부터 가슴 졸이며 지켜보니 강팀들과 비교할 때 개개인의 능력차가 있는 듯했다. 첫 상대인 쿠바와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포르투갈,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이라크와는 어딘가 우리가 밀리는 것 같았다. 기대했던 선수들의 부상 등 악 조건에서 8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걱정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역대 최약체란 말도 있었다. 그런 강한 팀을 상대로 선취골을 넣고, 막판에 동점 골을 허용했지만, 승부차기까지 가서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여 8강에 오를 때 온 국민에게 큰 힘과 희망이 되었다. 빠르고 기술 좋은 유럽과 남미에 도전하여 이긴 것이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아직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면 세계무대에서 대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8강전에서 우리가 먼저 골을 넣고 잘 지켰으면 좋았는데, 이라크가 먼저 골을 넣으면 우리가 곧바로 넣는 등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너무나 숨막히는 혈투였다. 전반 21분 한 골 허용하여 0대1, 약 4분 후 심상민의 길고도 정확한 스로인을 권창훈의 헤딩골로 1대1, 전반 42분 또 한 골 허용하여 1대2, 후반 5분 권창훈의 멋진 프리킥을 이광훈이 성공하여 2대2, 연장 후반 13분 통한의 골을 허용하여 졌다고 울연했는데, 종료 직전에 정현철이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3대3이 되어 승부차기로 돌입할 때, 콜럼비아와의 16강전 생각에 이제는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했으나 분패하여, 대망의 4강의 문턱에서 좌절되어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진인사대천명
우리가 승부차기에서 이라크를 이기고 4강에 이어 결승전까지 올랐다면 우리 축구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겠지만, 감독·코치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젖먹은 힘까지 쏟아 승부차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필자의 좌우명처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앞으로 2015년 대회, 올림픽, 월드컵 등에서 더 나은 성과로 성공하기 위해선 온 국민이 성원하고, 화합하고, 눈앞의 승부에만 집착하지 말고, 현대 축구의 흐름처럼 유소년부터 바른 인성과 체계적으로 기술 위주의 축구를 하여 내로라하는 축구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야 하겠다.
/김진웅 수필가